[시사풍향계-이동건] 나눔이 필요한 시기
입력 2011-12-04 18:09
‘세계는 평평하다.’ 세계적인 국제문제 전문가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17세기 갈릴레오가 목숨을 걸고 주장하고 싶었던 지구는 둥글다는 과학적 상식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명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그는 완벽한 미국 액센트를 구사하는 인도 콜센터, 중국과 대만의 국제관계 등 사례를 날카로운 눈으로 서술하면서 세계는 갈수록 평평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세계화와 첨단 기술 발달의 절묘한 결합으로 이제 국경과 기술의 경계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평평한 세계에서 살고 있는가? 지구 반대편의 정보를 거의 동시에 공유할 수 있고, 경제적·정서적 측면에서 지정학적 한계가 거의 없어지고 있다. 그러나 매일 2000원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는 전 세계 70억 인구의 80%를 상회하고 있다. 한국 또한 사회적 부는 증가했으나 여전히 아동급식 대상자는 47만명에 이르고, 기초생활지원비를 받지 못하는 빈곤 노인이 60만명에 달한다. 또한 유비쿼터스의 놀라운 세상은 문화적 접근성의 격차와 정보 소외를 심화시킬 수 있기에 나눔과 공유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평평하지 않은 한국사회
우리 주변에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자들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하면서 전 재산은 물론 본인의 시신까지 기증한 고 김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어려운 환경에서 나눔을 실천한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평생 이룬 자산을 나누고자 하는 고액 기부자가 늘고 있어 공동모금회의 경우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지난해와 올해 가입자의 70%를 차지한다.
한국인의 나눔문화는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300년 동안 부를 이어온 경주 최부자를 비롯해 이웃과 더불어 살았던 조상들의 삶에서도 나눔을 발견할 수 있다. 일상적인 노동에서 관혼상제에 이르기까지 협동정신으로 모든 것을 함께 한 조상들에게 나눔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나눔 참여와 기업의 헌신으로 지난 10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액이 10배 넘게 증가하는 등 모금 규모도 함께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도움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이제 우리는 기부의 질적인 도약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2010년 9월,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원조재단(CAF)은 153개국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기부지수를 발표했다. 기부지수는 금전 기부뿐만 아니라 자원봉사, 선행 등 3개 항목의 종합 평가인데 한국은 29%로 81위에 그쳤다. 이에 반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표한 2011년 세계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142개 국가 중 24위를 차지했다. 스위스, 미국이 국가경쟁력지수와 기부지수 모두 상위권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양자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생활밀착형 기부 늘어나야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커피값, 점심값, 담뱃값 등을 줄여 기부에 동참하는 생활밀착형 기부자의 동참이 늘고 있다. 또한 오늘날 기업은 단편적 경영성과뿐만 아니라 사랑과 존경의 평판과 인식을 받을 수 있느냐가 성공의 중요한 요건이 되었고 실제로 주주, 고객, 종업원의 만족은 물론이고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존경받는 기업상을 요구받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나눔에 동참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하는 희망 2012 나눔 캠페인에 동참함으로써 우리 모두 주변을 돌아보고 소중한 정성을 이웃과 나누며 저물어가는 한 해를 보다 보람되고 기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