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바우처’ 제도를 아직도 모르시나요?
입력 2011-12-04 17:38
지난달 29일 부천시 오정구 삼정복지회관 수영장. 오후 5시 수영 초급 강좌에 온 어린이들 20여명이 수영 강사의 구령에 맞춰 발차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어린이들 가운데 3∼4명은 ‘스포츠바우처’로 수영을 배우고 있다. 스포츠바우처는 저소득층 청소년(만7∼19세)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 스포츠시설을 이용할 때 강좌비와 용품비 일부를 보태준다. 또한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관람도 지원한다.
다만 청소년의 인권을 고려해 스포츠시설 등에서는 청소년에게 스포츠바우처 대상 여부를 밝혀서는 안된다. 현재 삼정복지회관에서는 30여명의 청소년이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수영 강좌를 듣고 있다. 삼정복지회관의 노성택(36) 과장은 “저소득층 가정의 부모님이 스포츠바우처 신청만 하면 일반 회원과 똑같은 접수 카드에 기록하기 때문에 수영강사조차 알 수 없다”면서 “스포츠바우처가 청소년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인데도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저소득측 가정이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바우처(Voucher)란 원래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이 담긴 주머니를 주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화,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우처 제도가 존재한다.
스포츠바우처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2009년 3월부터 시행했으며 올해까지 시범사업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사업으로 추진된다. 그동안 스포츠바우처의 지원액이 2009년 39억2000만원, 2010년 60억원, 2011년 123억원으로 증가한 만큼 지원받은 청소년의 수도 2009년 9259명, 2010년 1만4042명, 2011년 2만90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 청소년의 8%만이 혜택을 받았을 뿐이다. 이는 국민의 평균적인 스포츠 참여율 41.5%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스포츠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기본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구지만 희망자가 부족할 때는 차상위 계층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선착순이 원칙이지만 지자체가 다자녀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우선순위를 두어 선정할 수 있다.
스포츠바우처를 이용하려면 우선 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고, 해당 지자체로부터 대상자 확정 통보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난 7월부터 스포츠바우처가 ‘정산 후 입금 방식’에서 ‘카드결제’ 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신한은행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참고로 정해진 용도로 카드를 쓸 때만 돈이 결제된다.
올해까지 스포츠강좌 바우처는 월 최대 6만원까지 지원하고 스포츠용품 바우처는 강좌를 수강하는 청소년에 한정해 개인당 1회 지원해 왔다. 용품 지원비는 종목마다 다르긴 하지만 3만5000원(볼링 운동화)부터 8만7000원(스케이트화)까지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내년부터 스포츠용품 바우처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종목마다 용품비가 달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 데다 용품을 받은 뒤 이것을 되팔거나 강좌를 다니지 않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신 강좌 바우처를 1만원 늘려 월 최대 7만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바우처에 등록된 체육시설 관계자들은 “스포츠 용품비가 지원되지 않으면 스포츠를 아예 시작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정이 많이 생길 것”이라며 “용품비를 지원하면서 강좌비에 자기 부담을 일부 넣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삼정복지회관에서 스포츠바우처의 실무를 맡고 있는 배소연(23)씨 역시 “사설 학원과 달리 강좌비가 싼 공공 스포츠시설의 경우 자기 부담 없이 스포츠바우처 강좌비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무조건 공짜로 하다 보니 스포츠바우처로 오는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일반 회원보다 출석률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7월부터 스포츠바우처가 카드제로 갑자기 바뀌면서 일선 스포츠시설과 학원 담당자들이 어려워하고 있다”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이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 스포츠바우처가 좀더 원활하게 운용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부천=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