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승주] 유재석 리더십
입력 2011-12-04 17:45
‘무한도전’(MBC)과 ‘런닝맨’(SBS)의 열혈팬이다. 어쩌다 본방송을 놓치면 다시보기를 챙겨보는 건 물론이다. ‘해피투게더3’(KBS2)와 ‘놀러와’(MBC)도 즐겨 본다. 그렇다. 난 유재석의 팬이다.
방송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노력과 탄탄한 실력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리더십이다. 유재석표 리더십, 그것은 자신을 낮춤으로써 멤버들의 존재감을 드러내주는 따뜻함이다. ‘좀 부족한’ 멤버를 티 나지 않게 끌어주는 배려심이다. 어렵고 힘든 일에 먼저 나서는 자기 희생정신이다.
그는 자기 혼자가 아니라 팀이 빛나야 좋은 방송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천부적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무한도전’을 보자.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일곱 남자에 유재석이 없었다면 이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최근 ‘라디오스타’(MBC)에 나온 정형돈은 “유재석이란 이름은 무한도전 멤버 모두의 이름”이라며 그에 대한 무한신뢰를 드러냈다.
‘런닝맨’은 또 어떤가. 예능 첫 출연인 개리를 존재감 있는 고정으로 자리 잡아 주고, 이광수 지석진 등 홀로서기에 위태로운 멤버 역시 ‘이지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캐릭터를 부여하고, 연기자 송지효를 예능 에이스로 거듭나게 해준 것도 유재석의 공이다. 팀이 빛나야 자연스럽게 리더인 자신도 올라간다는 것을 그는 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만한 리더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경제 위기에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자. 유럽 27개국이 유럽연합(EU)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됐지만, 그 중 경제적으로 흔들리는 나라가 있을 때 이를 도와주고 함께 일으켜줄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마땅히 유재석의 역할을 해줘야 할 독일은 뒷짐을 지고 있다.
유로존 통합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가장 많이 챙겼던 독일은 막상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 흔들리자 모른 척하는 것은 물론, 여차하면 먼저 판을 깰 태세다. 영국 프랑스도 각자 사정이 있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팀은 이뤘으되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없으니 유럽연합이 깨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국내 정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서로에 대한 공격만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포용력 있는 카리스마로 상황을 이끌고 갈 리더가 없다. 주말 저녁 예능에서 위안을 찾게 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승주 차장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