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개입 규명이 핵심… 배후 확인땐 메가톤급 파장

입력 2011-12-03 01:06

경찰이 10·26 재·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공격한 주범으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27)씨를 지목하면서 배경과 동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적 배후 유무에 따라 젊은 비서의 치기(稚氣)로 마무리될 수도, 집권 여당의 조직적인 투표 방해 행위로 비화될 수도 있다.

수사의 초점은 최 의원의 개입 여부다. 경찰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2일 “공씨가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1일 오전 체포해 조사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공씨의 이메일 계정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으며, 돈이 오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씨가 공범인 IT업체 대표 강모(25) 등에게 돈을 송금했을 경우 공씨의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9급 비서이며 20대인 공씨가 자신의 돈을 들여 컴퓨터 전문가들을 고용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 등은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합법적인 일도 하지만 카드 등 신분증 위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선 인터넷만 사용했고 이는 상당한 고급 기술”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이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재보선에 깊숙하게 개입한 점도 공씨가 단순히 심부름꾼에 불과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공씨는 최 의원 사무실에서 운전 혹은 단순 법안자료 수집 업무 등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씨가 과시욕으로 고향 후배인 컴퓨터 전문가에게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으며 연루 사실이 확인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공씨도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디도스 공격에 이용된 좀비PC 200대를 선거 전날 밤 갑자기 준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은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밤 공씨가 필리핀에 있었던 강씨에게 전화로 범행을 사주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씨가 운영하는 G사는 도박사이트를 준비하고 있었고 강씨도 도박사이트 관련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갔었던 것”이라며 “도박사이트들은 경쟁사이트에 대한 공격을 위해 항상 디도스 공격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강씨가 평소 친한 공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자랑했다는 것이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