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3조9156억에 외환銀 인수 의결… 3대 지주 도약 ‘먹튀’ 여론 달래기 과제

입력 2011-12-02 22:03


하나금융지주가 2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3조9156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외환은행 인수는 론스타와의 계약서 최종 서명, 금융당국의 편입승인 2단계만 남았다. 하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먹튀’ 여론을 달래야 하는 숙제가 걸림돌이다.

◇인수절차 순항, 투 뱅크 체제로 시너지 효과=김승유 회장은 이사회 직후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을 만나 계약서에 최종 서명하기 위해 해외로 출국했다. 하나금융은 주말에 서명 절차를 마친 뒤 다음 주 중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낼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편입 인수자의 자격 요건만 살피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을 경우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 신청은 무난히 승인될 것으로 하나금융은 예상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향후 2∼3년 동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투 뱅크 체제’로 유지할 방침이다. 해외 영업에 강한 외환은행의 브랜드 파워를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금융권은 프라이빗뱅킹(PB) 중심의 소매·개인금융에 강한 하나은행, 기업금융과 외환업무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107조2000억원의 자산을 지닌 외환은행 인수로 자산 규모가 331조원대로 올라선다. 지주회사 내에서는 우리금융과 KB금융에 이어 3위로 도약하게 된다.

◇관건은 ‘먹튀’ 논란 여론 달래기=하나금융은 해외 투기자본인 론스타가 이익만 빼먹고 도망가는 데 일조했다는 ‘괘씸죄’가 걸려 있다.

더구나 최근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을 운영하는 지주회사를 소유하고 있어 은행 지분 4% 이상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 성격이 강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은 123개의 특수관계인을 새로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중단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정조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헌법소원도 제기된 상태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갈등도 풀어야 한다. 노조는 최근 하나금융으로의 인수가 이뤄지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와의 갈등 해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인수 시너지를 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교보증권 황석규 애널리스트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론스타에 대한 부실심사 논란과 유죄판결을 받은 론스타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제공 등이 정치 이슈화돼 하나금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