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우울증·불안장애 음악으로 치료… 한국형 ‘엘 시스테마’ 뜬다

입력 2011-12-02 18:27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키우던 이슬(13·충북 충주)양은 지난해 부모의 갑작스런 이혼으로 충격을 받아 자신감을 잃었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두 차례 전학하는 등 학교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딸의 방황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어머니 김정인(38)씨는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

이양은 프로그램 일환으로 충주종합사회복지관이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로 구성해 운영 중인 ‘I클래식오케스트라’에 참여했다. 이양은 이곳에서 주 1회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집중력을 기르고 마음을 가꿨다. 김씨는 “친구들과 음악 활동을 하면서 딸의 성격이 다시 밝아졌다”고 말했다.

음악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불안을 치유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75년 베네수엘라에서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정서순화와 재활을 돕는 오케스트라 시스템이다. 복지부는 2008년부터 이를 한국식으로 바꾼 아동정서발달 지원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평균소득 10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소득 415만원)이거나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불안장애 등을 앓고 있는 만 8∼13세 어린이가 대상이다. 현재 97개 시·군·구에서 7829명이 바이올린, 첼로 등 음악교육과 정서순화 상담을 통해 정신건강 문제를 치유하고 사회성을 높이고 있다. 자치단체에 따라선 만 16세까지 참여할 수 있다. 월 20만원의 서비스 가격 중 정부가 18만원을 지원해 가구당 월 2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중학생 아들(14)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재중동포 태홍옥(48·서울 현저동)씨는 “2009년 아빠의 죽음으로 아이가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빠졌고 친구와 싸우는 등 말썽을 많이 피웠다”며 “플루트를 배운 뒤 주변 아이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고 성숙한 아이가 됐다”며 고마워했다.

민간오케스트라와 해외유학을 다녀온 음악인이 교사로 참여해 재능 나눔의 기회도 된다. 미국 뉴저지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김남윤 음악감독은 ‘w필하모닉’을 창단해 서울 노원구 등 4곳에서 3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김 감독은 “꿈을 갖기 시작한 어린 나이에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면서 아름다운 마음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3일 오후 2시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196명의 아이들과 w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이 함께하는 ‘제2회 꿈을 그리는 연주회’를 개최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