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잇단 FTA 비판] 한나라 “부적절하고 경솔한 행동”-민주 “애국적 사법주권 회복 노력”

입력 2011-12-02 18:29

인천지법 김하늘 부장판사 등이 한·미 FTA의 독소조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부적절하고 경솔한 행동”이라고 지적한 반면 민주당은 “애국적인 사법주권 회복 노력”이라고 옹호했다.

판사 출신인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약이나 법률이 통과될 때마다 법관들이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일 아니냐”며 “입법권이나 정부의 조약체결권은 삼권분립 하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도 “조만간 법사위를 열어 공식 대응하겠다”고 발끈했다.

판사 출신인 이주영 의원은 “한·미 FTA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문을 쓰는 게 법관의 일이지 내부 통신망에 ‘동의하는 사람 다 모여라’는 식의 정치적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두아 의원은 “사회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있는 판사가 있다면 누가 그 판사에게 재판을 받고 싶겠느냐”며 “그럴 거면 변호사를 하라”고 주장했다. 한 법사위원은 김 부장판사가 ISD를 문제삼은 것과 관련, “정부에서 여러 차례 ISD 문제를 검토했다”며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판사 출신인 조배숙 최고위원은 “대법원이 판사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에 앞서 한·미 FTA의 문제점부터 인식해야 한다”며 “김 부장판사의 요청대로 조속히 사법부 차원의 한·미 FTA 연구 TF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법관의 윤리를 말하며 비난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법관의 양심을 가두고자 하는 반민주적이고 반문명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ISD 조항은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늦었지만 사법부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검 차장을 지낸 김학재 의원도 “판사가 재판과 관련된 사건에 특정한 발언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겠지만 한·미 FTA는 국가 정책이니 둘은 별개 사안”이라며 “국가 정책에 대한 의견 표명은 국민의 권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날치기 FTA 무효화 투쟁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스스로를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생각하는 김 부장판사의 주장과 행동은 국가 이익을 수호해야 하는 공직자로서 당연한 것”이라며 “입법부와 행정부가 잘못하는 것을 바로잡으려는 사법부의 노력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엄기영 유동근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