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 선거일 선관위·박원순 홈피 공격 與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 주범
입력 2011-12-02 21:20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공격해 다운시킨 주범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로 드러났다. 당시 유권자들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투표장 위치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 상황이었기에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10·26 재·보궐 선거기획단에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일 최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27)씨에 대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공씨의 지시를 받아 선관위 홈페이지를 직접 공격한 IT 업체 G사 대표 강모(25)씨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남 진주 출신인 공씨는 지난 10월 25일 밤 고향 후배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요구했다. G사는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홈페이지 제작 등의 업무를 한다. 강씨는 직원인 황모(25)씨와 김모(26)씨를 시켜 26일 오전 1시쯤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되는지 실험한 뒤 오전 5시50분~11시 공격을 실시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오전 6시15분~8시32분 다운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G사 사무실에서 강씨 등 3명을 체포했다. 이후 강씨 등이 “공씨가 범행을 사주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1일 공씨를 검거했다. 공씨 집에서는 국회 사무처 공무원증(9급)이 나왔으며 확인 결과 최 의원실 소속으로 밝혀졌다. 최 의원 측은 “공씨가 지난주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씨가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디도스 공격을 했는지, 최 의원 등의 지시가 있었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은 공씨 등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도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황씨 등 3명은 원순닷컴도 공격했다고 시인했으나 공씨만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 내용을 전혀 모른다. 제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즉각 의원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를 관할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초유의 투표방해 공작이 벌어졌다”면서 경찰청을 항의방문했다.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범죄 당사자는 물론 행위의 목적과 배후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죄 전모가 국민 앞에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유동근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