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이 나를 감시한다고?”
입력 2011-12-02 18:32
‘내 스마트폰의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웹 검색 기록이 감시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된 스마트폰의 모든 사용 내역이 사용자 의도와 무관하게 소프트웨어 업체인 캐리어IQ의 서버로 전송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용 내역이란 통화기록은 물론 키패드를 이용한 문자메시지 전송 내역, 인터넷 검색, 위치 및 암호화된 정보 등 전원을 켠 채 이용한 기록을 말한다. WP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스마트폰(삼성전자, HTC, 모토로라 등)뿐만 아니라 리서치인모션(RIM), 노키아, 애플 스마트폰에도 정보를 감시할 수 있는 캐리어IQ의 스파이웨어가 설치돼 있다는 의혹을 전했다.
이 같은 불법 정보 수집 행위를 발견한 사람은 보안 전문가 트레버 에카트였다. 지난달 28일 그가 유튜브에 공개한 17분10초짜리 동영상에는 HTC의 이보(EVO)4G가 PC에 연결된 상태에서 모든 기록을 특정 인터넷 서버로 전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캐리어IQ의 루트킷 소프트웨어(이용자들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가 원인이었다. 이는 전송 오류가 발견될 경우 그 내역만 통신사에 전달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졌는데 구입 당시부터 기기 자체에 탑재돼 있어 삭제도 불가능하다. 캐리어IQ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당초 설계 과정에서 통신사 요청으로 스마트폰의 내역을 추적할 수 있게 설계된 프로그램이란 의혹까지 더해져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캐리어IQ가 동영상 게재를 중단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경고하는 편지를 에카트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의 알 프랭켄 상원의원은 캐리어IQ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렌하트에게 서한을 보내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RIM, 노키아 등 휴대전화 업체들은 “설치한 적도 없고 모르는 일”이라며 통신사들에 책임을 떠넘겼다. 애플은 “과거엔 캐리어IQ를 지원했지만 현재는 새 운영체제 iOS5를 쓰면서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통신사나 휴대전화 업체들까지 우리가 통제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해 통신사 관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미 통신사 AT&T와 스프린트는 “네트워크 성능 향상을 위한 조치일 뿐 개인정보 수집 차원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