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공포의 연말 온다” 비상등

입력 2011-12-02 18:23


지난 5월 결혼한 직장인 방지연(32·여)씨는 그간 애용하던 스포츠카를 정리하고 새로운 차를 사려다 구매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방씨는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미국 자동차가 활발한 마케팅을 할 것이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유럽, 일본 브랜드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느냐”면서 “사실 미국차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가격 메리트가 있다면 다른 차와 꼼꼼히 비교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말은 자동차 연식이 바뀌기 직전인 데다 새해 신차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아 전통적인 비수기다. 올해는 특히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구매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공포의 연말’을 맞는 것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의 11월 내수 판매 실적은 11만5273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6%가 줄었다. 지난 10월보다도 4.7% 감소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업체들의 위기의식은 12월 판매촉진 행사에서 나타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0㏄ 이상 차를 12월에 구입하면 차값의 2%를 깎아주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2000㏄ 이상 차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현재 10%에서 8%로 2% 포인트 내려가는데 이를 미리 반영해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아직 한·미 FTA가 정확히 언제 발효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혜택을 기다리며 구매를 미루는 고객을 하루라도 빨리 잡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또 12월에 차를 출고하는 고객에게 10만∼50만원을 할인해준다. 현대차 관계자는 “석 달째 내수 시장에서 판매가 줄고 있어서 연말 판매 부진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드릴 수 있는 모든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해 판매를 촉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 4% 인하분만큼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하는 미국 브랜드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포드코리아는 5240만원에 판매하던 스포츠 세단 토러스 SHO를 12월에 400만원 할인 판매한다. 연말 프로모션 200만원에다 한·미 FTA 발효로 예상되는 가격 인하분 200만원을 포함한 것이다. 3570만원짜리 중형차 퓨전은 연말 프로모션 400만원에 FTA 할인 200만원을 더해 600만원을 깎아준다. 포드코리아 공식 딜러인 선인자동차 관계자는 “한·미 FTA로 인해 가격이 얼마나 내려가는지 묻는 전화가 매장에 많이 오고 있다”면서 “문의가 구매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미국산 차를 수입하는 캐딜락과 크라이슬러도 가격 인하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