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변함 없는 리더십에 감사”-수치, “美개입 민주화 진전될 것”
입력 2011-12-03 01:14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2일 공식 회담을 끝으로 역사적 만남을 마무리했다. 전날 비공식 만찬에 이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두 사람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해 함께 파트너가 될 것을 다짐했다.
◇존경과 환대가 가득했던 회담장=클린턴 장관은 이날 수치 여사가 20여년간 가택연금 생활을 했던 양곤 자택에서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당신의 명확하고 변함없는 리더십에 감사한다”면서 “당신이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미얀마의) 모든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존경의 뜻을 전했다. AFP통신은 수십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들과 어울렸던 클린턴이지만 수치 여사를 만났을 때는 포옹과 볼키스를 나누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들이 마치 친자매 같았다고 표현했다.
수치 여사는 “이번 만남은 양국 모두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미국의 개입으로 우리의 앞길이 보다 명확해지고 민주화가 진전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약 1시간30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정치범들의 완전한 석방, 소수민족과의 평화협상, 법치주의, 인권 신장 등이 양국 관계 개선의 선결과제라는 것에 합의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더 중요한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시민단체에 120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자금은 마이크로파이낸싱, 건강보조금, 지뢰 희생자 치료 등 서민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수치 여사, “미얀마 정부에 시간 줘라”=클린턴 장관을 수행한 미국 관리는 “수치 여사는 테인 세인 대통령이 개혁에 나설 시간을 주라고 했다”면서 “양국 외교관계 격상과 같은 미국의 인센티브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는 클린턴 장관과 연일 두 차례나 만나 우의를 과시한 자신이 세인 대통령보다 비중이 커진 것을 의식해 군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수치 여사는 중국과도 계속 협력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부가 서방과 협력하는 미얀마의 개혁을 환영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클린턴 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미얀마 정부가 소수민족 반군과의 휴전협정을 잠정 타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국민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소수민족은 미얀마가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민주화와 자치권 등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