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정치인과 유머
입력 2011-12-02 17:44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가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유쾌하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를 인터뷰했던 유쾌한 추억이 있어 귀가 더 솔깃했다. “요즘 무슨 운동 하십니까?” “저는 변호사라서 석방운동 합니다.”
“체중이 몇 킬로그램이세요?” “저는 일찍 구조조정해서 필요한 부분만 남았습니다.” 한승헌표 유머다. 하루는 감기로 고생하는 자신을 두고 누가 “아직도 안 나았느냐”고 묻자 “내 감기는 주한미군이야”라고 대답했지만,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해 “한번 들어오더니 나갈 생각을 안 한다는 뜻”이라고 굳이 설명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유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다. 기업 국유화 논란이 한창일 때 처칠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의회 화장실에 들렀다. 처칠은 마침 “큰 기업들을 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노동당 당수의 옆자리가 비었는데도 그 자리에서 볼일을 보지 않았다. “옆자리가 비었는데 왜 오지 않는 거요. 내가 싫소?” “겁이 나서요.” “뭐가 겁나요?” “의원님은 뭣이든 큰 것만 보면 모두 국유화시키려고 하시니까 제걸 보시고 국유화시켜 버릴까봐서요….” 이 말을 들은 상대방은 기분은 나빴겠지만 아마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머를 갖춘 정치인을 찾기가 힘들다. 아무리 죽기살기식 정쟁을 벌인다 해도 정치인들의 언사에 유머가 녹아 있으면 국민들이 덜 짜증날 텐데 말이다. 한승헌 변호사는 “정치인들도 유머에 대해 특강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래도 여의도에는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정치인이 참 많다. 강용석 의원은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며, 김선동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뿌리면서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주 개그콘서트는 ‘강용석 특집’을 방불케 했다. 개그맨들은 코너마다 동료를 고소한 강 의원을 ‘조롱’했다. 다음날 강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개그콘서트 시청 소감을 올렸다. 자신이 개콘 시청률의 일등공신이니 연말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공로상 정도는 받을 만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늦었지만 조롱을 유머로 받아넘긴 강 의원에게 ‘찬사’를 보낸다. 최효종 고소를 취하한 것도. 아울러 개그콘서트를 열심히 보면서 유머감각도 늘리시기를.
맹경환 차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