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신과 양심 오인하면 사법체계 무너진다
입력 2011-12-02 17:45
법원 조직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영(令)이 서지 않고 있다. 양 대법원장의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일부 판사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는 특정인만 접근할 수 있는 법원 내부 통신망이 아니라 라디오에까지 나와 한·미 FTA를 비난한다.
한·미 FTA를 비판한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옹호했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준안을 보면 실체적인 부분에서 대한민국의 사법권을 중재기관에 넘겼다는 점에서 나라를 판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1일 “한·미 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리고 “제 글에 동의하는 판사가 100명을 넘어서면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청원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100명 이상의 판사가 댓글로 동의했다.
정부 직제상 법무부가 한·미 FTA에 대한 법리 검토를 맡고 있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국내 절차를 마친 상태에서 사법부 안에 TF를 구성하자는 논리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는 국가 조직의 원리인 삼권분립에 맞지 않는다. 양 대법원장이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지만 일부 판사들은 사법부 수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2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법관은 항상 조심하고 진중한 자세로 자신을 도야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재차 입단속을 당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말만 하지 말고 과감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판사를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해 강력하게 징계하기 바란다. 보편타당한 양심을 외면하고 편향된 사고로 일관하는 판사들을 조직에서 도려내는 극약처방도 고려해야 한다. 일탈행동을 일삼는 판사들을 정리하는 데 대법원장직을 거는 각오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