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비자금 사건 의혹들 밝혀져야

입력 2011-12-02 17:42

2003년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대북송금 및 현대 비자금 사건은 지금까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특검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잇따라 수사했으나 여러 의혹들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다. 당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대 비자금을 관리하던 무기중개상 김영완씨가 미국으로 출국해 버린 것이 주요인이었다. 검찰은 전모를 밝히지 못한 채 김대중 정부의 양대 실세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권노갑 상임고문을 기소했다. 재판 결과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 의원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권 고문은 대법원에서 총선자금 명목으로 김씨를 통해 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박 의원 사건과 관련해 120억원을 압수해 보관하고 있으나 누구의 돈인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권 고문에게 전달된 비자금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명확하지 않다. 특히 정몽헌 회장이 숨지기 직전 검찰에서 시인한 스위스 계좌 3000만 달러 비자금에 관한 부분과 김씨가 관리하던 현대 비자금 규모, 사용처 등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런 점들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조만간 드러날 수도 있을 듯하다. 미국에 머물고 있던 김씨가 8년여 만에 귀국해 대검 중수부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나 권 고문 관련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만큼 추가 수사는 불가능하며 “김씨 본인에 대한 수사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진상규명 차원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는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검찰의 설명대로 재판이 종결된 사안을 다시 수사하기는 힘들겠지만 의혹들은 지금이라도 해소하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다시는 남북관계에 민간 기업을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국민적 합의 하에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