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우울증, 참다보면 심신이 다 병든다

입력 2011-12-02 17:30


이유 없이 피곤하고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우울하고 슬퍼지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은 성별과 연령의 구별 없이 발생한다. 우울증은 마음에 생기는 질병이지만 때때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고 전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신체증상을 동반한 우울증은 폐경기 이후의 중년 여성들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이하 학회)가 11월 우울증의 달을 맞아 전국 성인남녀 6435명을 대상으로 ‘우울과 신체증상 평가척도(DSSS)’를 통해 자가 평가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상이 중증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무려 59.4%에 달했다. 이 가운데 40∼50대 여성의 75% 이상이 우울증과 함께 통증 등 신체증상을 겪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신에 퍼진 통증을 방치하면 자살 충동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파도 참는 습관, 우울증에 대한 낮은 인식이 병 키워= 중년 여성은 폐경 등으로 인해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게 된다. 신체 변화는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질환 발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역시 병을 키운다. 학회가 전국 7개 병원 내원 환자 1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상과 신체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각각 27개월, 24.7개월로 평균 2년 이상 증상을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태연 학회 홍보이사는 “남성들은 직장 정기 검진이나 사회관계 속에서 우울증과 신체증상의 위험을 발견할 기회가 많지만 중년 여성은 지역의료보험을 통한 건강검진 등에 소홀해 조기발견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체증상 동반한 우울증, 높은 자살충동 보여= 신체증상이 동반된 우울증은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 전문의들은 중년 여성 우울증이 가진 전염성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가정 속에서 어머니가 갖는 존재감이 가족의 생활과 안정을 담당하는 대들보와 같은 위치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정신 건강은 가족 전체에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평소보다 우울감을 느끼는 가족, 동료가 있다면 조기진료를 권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필요하다. 김원 학회 총무이사는 “우울증은 그 자체로 전염성이 높은데 신체증상은 우울 증상을 더욱 촉발시킨다”며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로 명명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고 경고했다.

박원명 학회 이사장은 “중년 여성 환자들은 우울증과 함께 통증을 비롯한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년에 나타나는 폐경과 맞물려 여성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이 한꺼번에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가족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의 증상은 참는 게 미덕이라는 사회문화적인 배경 탓에 참고 버티다 증상을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심하면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증된 예방법은 없지만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