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파괴범’ 알츠하이머 젊을 때부터 관리하세요

입력 2011-12-02 17:19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인기를 끌면서 여주인공의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집으로 가는 길을 잊거나 불과 10∼20분 전에 했던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주인공이 노인 질환으로만 알았던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는 모습에 평소 건망증이 잦았던 사람들은 ‘혹시 나도?’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상황은 이례적인 일로 단순 건망증이 치매로 이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는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에서 발생하며 50대도 전체 환자 중 5%에 불과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기억력 감퇴나 지적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일반 치매와는 다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 성분이 대사 과정에서 ‘독성물질’을 생성해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뇌 조직이 줄어들어 뇌 기능이 떨어지는 병으로 기억력 장애로 시작해 계산력과 판단력에 문제가 생겨 이상행동, 심할 경우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또한 기억 상실로 인해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의 5∼10%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 생기는지 구체적인 해답은 없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가운 소식은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조기 발견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양전자단층촬영(PET)을 통해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단순 기억력 장애 증상만 있더라도 PET 검사에서 문제가 있으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 인자가 높은 만큼 대비가 가능하다.

특히 치매는 본인이나 주변에서 증상을 눈치 챌 당시 환자의 뇌신경세포는 70% 이상 없어져 있는 상태로 조기 진단을 통한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치료는 어렵지만 증상 개선은 가능하다. 뇌신경세포 소실로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결핍을 해소하는 약물을 사용해 치료한다. 독성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하거나 생성되지 못하게 하는 약물이 근본적인 치료법이지만 현재로서는 개발된 약물이 없다. 뚜렷한 발병 요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기억력 장애나 치매를 관리하려면 젊었을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를 습관화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치료해야 하며 흡연과 음주를 피하고 적절한 운동은 필수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두뇌 사용이 점점 줄고 있는데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글을 읽는 등 두뇌 활동을 꾸준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밝게 생활하고 많이 웃으며 우울증이 있으면 반드시 제때 치료받아야 한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