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알아야 예방… 발병 2∼3시간내 응급치료해야 후유증 줄이고 회복 빠르다

입력 2011-12-02 17:12


최근 ‘뇌’를 소재로 한 의학드라마 ‘브레인’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뇌를 다룬 최초의 드라마답게 뇌종양과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을 소개하며 이를 치료하고 이겨내려는 의사들과 환자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뇌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장기다. 뇌의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은 사망률이 매우 높다. 암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 1, 2위를 차지할 정도다. 흔히 뇌졸중은 추운 겨울에 50∼6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계절적 변화에 관계없는 뇌졸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또 식생활의 서구화와 나쁜 생활습관 증가, 스트레스 등으로 30∼40대의 젊은 뇌졸중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병철 대한뇌졸중학회 부회장(한림대성심병원장)은 “과거에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뇌출혈 환자가 뇌졸중의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서구화된 식생활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환자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뇌졸중는 크게 뇌경색(腦硬塞)과 뇌출혈(腦出血)로 나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피가 뇌에 통하지 않는 상태다. 뇌혈전증, 뇌색전증, 열공성 뇌경색 등이 있다.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은 뇌내출혈과 거미막밑출혈로 구분된다. 이외에 좁아진 뇌혈관에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다시 흐르거나, 뇌혈관이 피떡(혈전)에 의해 막혔다가 다시 뚫리는 일과성 뇌허혈발작도 있다.

뇌졸중은 발병 후 적절한 치료를 받더라도 치료기간이 길고,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뇌졸중은 소리 없이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오는 질환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뇌졸중도 ‘예고되지 않았던 우연은 없다’는 세상 이치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나쁜 생활습관들이 뇌졸중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서우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신경과)는 “뇌졸중을 일으키기 쉬운 위험요인으로 흔히 고혈압을 꼽는데 고혈압 환자의 경우 실제 뇌출혈과 뇌경색 모두를 일으키기 쉽다”며 “당뇨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2배 이상 뇌졸중의 위험성이 있고 심장질환 환자도 뇌졸중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흡연과 잦은 음주, 콜레스테롤, 비만, 과체중 등도 뇌졸중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한림대뇌졸중자료은행에 따르면 뇌졸중 발생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늘어 전체 환자 중 40대 이전 연령이 차지하는 비율은 19.4%, 50대 19.1%, 60대 25.0%, 70대 29.1%였다. 또 뇌졸중 위험요인으로는 65.3%의 환자가 고혈압을 갖고 있었고 당뇨 27.1%, 심장질환 16.8%, 고지혈증 19.7%, 과거 뇌졸중 병력 34.2% 등이었다. 특히 뇌졸중 환자의 20.5%가 흡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증상은 입술이 한쪽 방향으로 돌아가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시각장애),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거나 힘이 빠지며(편측마비), 말이 어눌해지고(언어장애), 어지러워서 걸을 때 중심을 잡을 수 없고(어지럼증), 참기 힘든 두통(심한두통) 등이다. 뇌졸중으로 인해 산소공급이 4∼5분간만 중단돼도 뇌세포는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는다. 따라서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해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통해 뇌출혈 또는 뇌경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병철 부회장은 “뇌졸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생 후 빠르게 전문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받고 뇌졸중집중치료팀 등 전문 의료진에게 환자의 증상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발병 후 2∼3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해 혈전용해치료를 받을 경우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을 크게 줄이고 환자의 회복도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한림대뇌졸중자료은행 조사 결과 급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환자 1129명 중 37%인 347명만이 증상 발생 당일 병원에 도착했을 정도로 아직도 이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뇌졸중 ‘치료 시간대’인 2∼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쳤다. 뇌졸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뇌졸중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으로 중년 이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금연과 절주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짜게 먹는 것과 동물성 지방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며 30분 이상 일주일에 2∼3회 정기적인 운동도 필수다. 서우근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 등은 뇌졸중과 비슷한 위험인자를 갖는 연결고리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식이요법과 적정한 운동, 정기적인 건강 확인 등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병기 쿠키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