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사법부 나서야”… 판사 100여명 동의 파문

입력 2011-12-01 21:44

대법원이 법관에게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는데도 현직 부장판사가 또다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불평등한 조약이라며 사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하늘(43·연수원 22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1일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한·미 FTA에 관한 기획토론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여러 독소조항이 있고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에 대해 법률의 최종적 해석 권한을 가진 사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재판권을 제3의 중재기관에 맡겨버렸는데 법원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고 이에 동의하는 판사가 100명을 넘으면 TF 구성 청원문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글을 올린 지 7시간 만에 댓글을 통해 동의한 판사는 100명을 넘었다. 김 부장판사는 “TF의 연구 과제는 한·미 FTA에 불공정 요소는 없는지, 있다면 어떤 식으로 바로잡아야 할지, ISD 조항은 타당한지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독특한 신념에 터잡은 개인적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며 “법관이 모든 언동이나 처신에 있어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9면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