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FTA 비판 파장… 판사들 집단행동 논란 “입법부 소관 사법부가 나서나”
입력 2011-12-01 21:58
김하늘(43·연수원 22기·사진) 인천지법 부장판사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청원하겠다는 제안은 한·미 FTA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로 볼 수 있다. 같은 법원 최은배(45·22기) 부장판사가 촉발시킨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 범위와 관련한 논란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김 부장판사는 1일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한·미 FTA에 대한 문제제기 근거로 이정희 민주노동당의원을 비롯해 정동영·천정배·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한 인터넷 토론 프로그램을 들었다. 그는 문제제기 이유를 한·미 FTA 협정에 따라 한국의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지만 미국의 법률상 장벽은 그대로 존속하는 점, 한·미 FTA가 한·유럽연합(EU) FTA와 달리 네거티브 방식이라는 점, 역진방지조항의 부당성,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 보상,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인한 사법주권의 침해 문제로 요약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작 한·미 FTA에 대해 찬반 입장이 나뉘는 국민 대부분은 나처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에서 재협상을 위한 TF를 꾸려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면 국민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의 글에 100여명이 넘는 판사들이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을 떠나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시각에 따라서는 ‘판사들의 집단행동’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은 댓글에서 “법관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을 하지만 추상적인 사안까지 판단할 수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의견표명을 할 수는 있지만 한·미 FTA 관련 문제 자체가 입법부와 행정부가 다루는 것으로 사법부가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법부가 나서서 법률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겠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거꾸로 입법부나 행정부가 사법부의 행위에 관여하는 빌미를 주게 되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의 판단 근거가 된 자료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일방적인 자료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외교통상부를 통한 정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 입장만을 근거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부장판사가 청원에 나서도 대법원이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할지는 미지수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