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갖춘 마약운반 지하터널 발견… 美·멕시코 국경부근, 길이 600m에 정교한 시설

입력 2011-12-01 21:29

조명과 환기시설, 승강기까지 갖춘 마약 운반용 지하터널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발견됐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마약단속국은 이곳에서 마리화나 약 32t을 찾아냈다. 미국에서 압수된 마약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하터널은 미국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 사이에 설치됐다. 길이가 600m에 이르고 너비와 높이가 각 1.2m이며, 바닥에는 레일이 깔려 있다. 마약 운반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동 수레도 발견됐다. 미 당국이 배포한 지하터널 입구 사진에는 물의 압력을 이용하는 수압식 승강기가 보인다. 미 이민세관집행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정교한 지하터널”이라며 “많은 양의 마약을 나르기에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지하터널 입구로 쓰인 창고 건물에서 마리화나 17t을 발견했고, 밀수된 마약을 실은 트럭에서 11t 이상을 찾았다고 밝혔다. 멕시코 측도 티후아나의 터널 입구 건물을 급습해 마리화나 약 4t을 압수했다. 마약 32t을 돈으로 바꾸면 약 6500만 달러(약 730억원)다.

멕시코 마약 조직은 대담하게도 군·경시설 가까이서 지하터널을 팠다. 티후아나의 2층짜리 터널 입구 건물은 연방경찰 지역본부와 공군기지, 세관 사무소 등에서 약 100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지하터널을 통한 마약 운송은 최근 멕시코 마약 조직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미 당국이 땅 위에서 단속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6일에는 길이가 약 400m인 지하터널이 발견됐다. 마리화나 17t이 현장에서 나왔다. 이곳에도 조명과 환기시설이 있었다.

2008년 10월 이후 두 나라 국경에서 발견된 지하터널은 70곳에 이른다. 하지만 전기시설 설치 등 첨단화는 최근 현상이다. 미 당국은 지하터널 하나를 파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본다.

샌디에이고 일대는 진흙땅이 많아 터널을 쉽게 팔 수 있다. 일부 마약 조직은 배수로를 이용해 마약을 운반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