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또 비판글 “韓美 FTA는 불평등 조약”
입력 2011-12-01 18:46
대법원이 법관들에게 절제된 의견 표명과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는데도 현직 부장판사가 또다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불평등한 조약이라는 글을 올려 파장이 예상된다.
김하늘(43·연수원 22기·사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1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에 “한·미 FTA에 관한 기획토론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여러 독소조약을 품고 있고 특히 우리 사법주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을 근거로 한·미 FTA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ISD 조항에 대해 법률의 최종적 해석권한을 가진 사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재판권을 제3의 중재기관에 맡겨버렸는데 법원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김 부장판사는 “TF의 연구과제는 한·미 FTA에 불공정 요소는 없는지, 있다면 어떤 식으로 바로잡아야 할지, ISD 조항은 타당한지 등이 될 것”이라며 한 달간 동의하는 판사가 100명을 넘으면 TF 구성 청원문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참 의사를 밝힌 판사는 10명 선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법관이 모든 언동이나 처신에 있어 균형감각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결코 해서는 안 된다”며 “독특한 신념에 터 잡은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일부 법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미 FTA에 관한 편향된 의견을 게재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법관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의견 표명을 함에 있어 자기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품위를 유지해야 하고 법관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