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개발, 워크아웃 신청… PF에 발목 잡혀 유동성 위기 맞아

입력 2011-12-01 21:24


대림산업 계열사이자 시공순위 38위인 고려개발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했다. 그러나 농협 등 채권은행들은 고려개발이 채권 만기연장 협상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질지 불투명하다. 전통의 중견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발목 잡혀 잇따라 무너지면서 건설업계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고려개발은 기업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1일 공시했다. 이로써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회사는 25개사로 늘었다. 현재 고려개발이 하고 있는 공사는 대부분 관급 토목공사로 이들 공사 진행은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개발은 지난 17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임광토건과 마찬가지로 주력 사업 분야인 토목공사 발주가 줄어들자 주택사업으로 눈을 돌리다 재무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택지 개발사업 시행자가 토지 매입비용을 마련하려면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내세워 금융기관에서 PF 방식으로 대출받는 것이 관행인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보증을 선 시공사가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려개발은 용인 성복 주택사업으로만 3600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해주는 등 모두 3곳의 사업장에서 총 4551억원의 PF 보증을 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침체로 사업이 계속 연기되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4년 동안 용인 성복 PF의 이자비용으로만 무려 1050억원이 흘러나간 데다 지난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밀어닥친 PF 만기를 연장하는 데 실패해 심각한 유동성 부족을 겪었다.

모 회사인 대림산업이 2009년부터 1558억원 규모의 자산매각 지원, 자산담보부 대여약정을 통한 2000억원 지원, 공사물량 배정 등을 통해 총 3808억원을 몰아주고 워크아웃 신청 하루 전인 29일에도 500억원을 긴급 수혈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앞서 올해 초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등의 중견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로 PF 지급보증을 했다가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원래 PF란 위험이 큰 사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업주의 신용이나 담보가치보다는 특정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금융기관이 대출해주고 사업 수익금으로 돈을 돌려받는 선진 금융기법이지만 국내에서는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시공사의 지급보증에만 의존하는 사실상의 담보 대출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용인 성복 PF 사업 대주단도 처음에는 4%대의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줬다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15%에 이르는 고금리로 대출 조건을 변경해 고려개발의 자금난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금융권이 PF 대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위기에 처하는 업체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이대로라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받는 회사가 50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