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된 종편 출범] 졸속 허가에 졸속 개국… ‘첫 전파가 시험방송’ 사고속출
입력 2011-12-01 18:40
종합편성채널(종편)인 TV조선, JTBC, 채널A, MBN 4곳과 보도전문채널 뉴스Y가 1일 일제히 개국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강행된 종편 출범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수준 미달의 프로그램, 대형 방송사고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동안 종편 사업자들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상대로 지상파 채널과 인접하면서 전국적으로 단일한 채널 번호를 달라며 꾸준히 압박해 왔다. 그 결과 14∼19번 사이를 꿰차는 데 성공했지만 이러한 채널 확정은 겨우 개국 이틀 전에야 결정됐다.
뒤늦게 채널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종편 사업자들은 유선방송사에 신호를 송출하는 시험방송도 제대로 선행할 수 없었다. 방송 인프라 구축 역시 마찬가지. 일부 종편은 지난달 중순에야 스튜디오나 제작 장비를 구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국까지 ‘총체적 졸속’이었던 셈이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준비가 상대적으로 잘 된 특정 종편에서 먼저 치고나가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머지 3곳도 억지로 개국한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급하게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려면 결국엔 대기업 협찬을 받아 제작비를 충당, 친기업 성향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편 4곳의 개국 첫주(1∼4일) 편성표를 보면 이들이 예고한 청사진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수년 전 개봉한 영화나 1∼2일 방송한 프로그램을 주말에 재탕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시간을 채우려는 ‘꼼수’이자 고육지책인 셈이다.
예컨대 채널A는 4일 오전 8시50분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10분 분량의 뉴스 시간을 빼면 나머지 시간대를 전부 재방송 혹은 영화로 채운다. MBN도 3∼4일 예정된 방송 대부분은 1∼2일 내보낸 방송의 재탕이다.
TV조선은 2∼4일 연일 영화 ‘말아톤’ ‘웰컴 투 동막골’ ‘가문의 위기’ 등을 내보낸다. TV조선의 경우 시험방송을 내보내던 1일 오후 3시40분쯤 화면이 약 8분 동안 분할되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JTBC는 개국 첫날부터 방송 개시를 약 4시간 앞둔 낮 12시쯤 기존에 확정된 프로그램 순서를 바꾸는 촌극을 벌였다. 이날 밤 11시20분 예정된 ‘특집 TBC, JTBC로 부활하다-언론 통폐합의 진실’을 갑자기 오후 4시40분으로 앞당긴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예정된 ‘JTBC에 바란다’는 2일로 연기됐다.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의 콘텐츠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종편 출범을 강행하며 내세운 명분은 ‘시청자의 다양한 선택권 확대’였다. 지난해 12월 31일, 종편 사업자로 낙점된 뒤 지난 11개월 동안 이들 종편이 도대체 준비한 게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지상파와 달리 종편은 유료 방송채널인 만큼 시청자들은 돈을 내고 종편을 보는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개국하다 보니 결국 시청자들은 불량 상품을 소비하게 됐다”고 혹평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