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관막음률 18%로 상향추진은 심각한 결함 때문”
입력 2011-12-01 21:39
원전 전문가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울진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의 관막음 허용치를 8%에서 10%로 올린 뒤 또 18%로 올리려는 것은 증기발생기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가동한 지 12년밖에 안 된 증기발생기를 조기 교체할 경우 관리 부실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한수원 고위 간부들이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문제를 도외시할 경우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전열관 무더기 손상이 관의 재질이나 증기발생기 결함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나 운영 잘못인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문제가 된 부분만 보수를 한 뒤 무리하게 재가동할 경우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의 김대업 행정팀장은 1일 “2002년 전열관 절단사고가 났을 만큼 4호기 증기발생기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며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관막음률 기준만 높이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울진 4호기의 증기발생기는 다른 원전의 증기발생기보다 손상 속도가 빠르다. 4호기와 같은 한국표준형 가압경수로형으로 4호기보다 1년 일찍 가동된 3호기의 경우 최근 정비한 전열관은 370개로 4호기 정비 물량(3847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4호기 전열관 손상률이 23% 이상인데 예상치보다는 물론이고 다른 원전보다도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정해동 기계재료실장은 “10%의 허용치는 안전기술원의 기술적 평가를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최종결정을 거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같은 제품이라도 실제로는 성능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열관이 무더기로 손상된 원인을 빨리 밝혀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발전출력이 저하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대 황일순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관막음률이 높아지면 발전출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10% 정도로 관막음 허용치를 높였다고 해서 당장 안전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높은 관막음률로 인해 발전 출력이 떨어지면 일정한 목표량의 전기를 생산해내는 과정에서 원전에 무리가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기발생기 교체를 서두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증기발생기는 교체를 결정해도 제작기간과 인허가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