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SNS·앱 심의 전담팀 신설 강행… 여론 검열 논란

입력 2011-12-02 11:38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심의하는 전담팀 신설을 강행키로 해 ‘여론 검열’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사무처 직제규칙 개정안을 의결해 ‘뉴미디어정보 심의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될 뉴미디어정보 심의팀은 통신심의국 아래 10명 규모로 만들어져 오는 7일부터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이 신설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이나 사진 등에 대해 일차적으로 게시자에게 자진 삭제를 권고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정 자체가 차단된다. SNS에 대한 심의가 현재도 존재하고, 시정요구 조치 또한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담팀이 꾸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SNS 게시글에 대해 2008년 36건, 2009년에는 54건 정도의 시정요구 조치가 이뤄졌으나 지난해 345건, 올해 9월까지 262건의 시정요구 조치 건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스마트폰 확대와 맞물려 SNS 사용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전담팀 발족에 대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해당업무를 보다 효율적·체계적으로 수행하자는 취지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SNS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방통위의 이런 조치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 같은 특정 팟캐스트를 규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정치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의견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의 SNS와 앱 검열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최근에는 여야 합의로 2억1900만원의 심의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SNS 심의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성훈 한나라당 디지털위원장은 1일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실효성, 공정성, 위헌소지 등 많은 문제점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직제의 팀을 만들어 단속하려는가”라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이는 사실상 사전검열이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SNS 이용자들을 위축시켜 아예 입을 틀어막겠다는 독재정권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조치가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의 정치적 영향력을 억지로 축소하려는 게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통해 SNS 등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 정부가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를 총 동원해 ‘여론 검열’에 나섰다”며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일변도의 조치는 산업 전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