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원전 책임 회피·결함 덮기 급급

입력 2011-12-01 21:44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9월 원자력 발전소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을 폐쇄하는 ‘관막음’ 허용률을 전체 전열관의 8%에서 10%로 높인 데 이어 최근에는 이를 18%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증기발생기 교체 시기를 늦추기 위해 허용률을 계속 상향 조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통상 수명이 40∼60년이고 비용이 3000억∼4000억원인 증기발생기를 관리 부실 등으로 10여년 만에 조기 교체할 경우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지난 9월 14일 관막음 허용률을 8%에서 10%로 높였다. 관막음 허용률이 상향 조정된 것은 국내 원전 사상 처음이다. 관막음 허용률을 초과한 증기발생기는 통째로 교체토록 규정돼 있다.

현재 울진 원전 4호기 내 증기발생기 2개는 정비를 마치고 나면 관막음 허용률이 9.84%로 8%를 훨씬 넘어 10%에 육박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이 교체 시기를 늦추기 위해 관막음 허용률을 올린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한수원은 정밀검사 결과 정비 물량이 3847개로 당초 예상했던 1000여개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전열관 상태가 앞으로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자 이달 중순 관막음 허용률을 18%로 올리자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심사를 의뢰했다.

결국 한수원이 울진 원전 4호기 전열관이 무더기로 손상되는 결함이 발견되자 관막음 허용 기준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데 급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수원은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무리한 상향 조정은 안전 문제와 관련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한수원은 전열관 무더기 손상이 세관(가는 관)의 재질 불량 때문인지, 증기발생기 자체 결함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정비 후 무리하게 가동하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관막음 허용률 10%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기술적 검토를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최종 승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울진사회정책연구소와 울진자치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른 시일 내 대책회의를 열어 원전 측에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키로 했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이하 환경감시기구)는 다음주 중으로 감시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책과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환경감시기구 김대업 행정팀장은 “전체회의를 통해 문제가 된 증기발생기를 보수하는 방안보다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울진군도 문제가 생긴 증기발생기의 교체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새울진기획단 윤명한 원전기획팀장은 “최근 보강공사를 마치고 운영 중인 울진 원전 2호기보다 4호기가 문제점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울진=김재산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