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내홍 들여다보니… 역시 핵심은 ‘공천권 싸움’
입력 2011-12-01 18:21
‘안철수’라는 장외 강자의 등장으로 기성 정치권은 변화를 압박받고 있지만 결국 ‘공천 놀음’이라는 구태는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권은 쇄신, 야권은 통합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지만 이 역시 핵심은 ‘공천권을 누가 쥐느냐’ 싸움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여의도에 공천 전쟁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쇄신 태풍 속으로 휩쓸려가고 있다. 정책기조 전환과 당 지도부 거취 문제로 시작됐던 쇄신 논쟁의 초점이 급기야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론’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이러한 당내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29일 쇄신 연찬회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평소와 달리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고 참석자들은 각자 제시한 쇄신안을 토대로 난상토론을 벌였다.
당 지도부는 일단 ‘시스템 공천’ 필요성에 공감했다. 홍준표 대표는 “공천에 있어서 전횡은 있을 수 없다”며 “누구도 관여하지 못하게 시스템으로 엄정하고 객관적인 공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홍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국회 본청 앞에서 우연히 만난 쇄신파 초선 구상찬 의원에게 “쇄신파도 쇄신의 대상, 초선도 재신임의 대상”이라고 했다. ‘성역 없는 물갈이’를 시사한 것이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는 공천에 대한 시스템을 만든 뒤 손을 떼야 한다”고 했고 원희룡 최고위원은 “지도부든, 청와대든, 박근혜 전 대표든 구체적 인물 선정(공천)에서는 손떼야 한다”고 가세했다. 앞서 박 전 대표도 지난 8월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기준과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천 논의의 핵심이 기준과 방식 등 각론으로 들어가게 되면, 잠복해 있는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영남·강남과 고령·다선 의원에 초점을 맞춰 대폭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시스템 공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핵심 당직자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시스템 공천은 당헌·당규를 바꾸는 문제여서 쉽지 않다”며 “또 당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지역 현실을 고려해 전략공천을 해야 하는 고민도 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내년 1월 초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가 통상 공천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구성됐던 전례를 감안할 때 조기 총선체제를 구축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선대위에 박 전 대표 등 유력 인사들이 참여하면 당이 선대위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높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이 청와대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친박계 유 최고위원은 “당이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때가 됐다”며 “당이 살고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당이 그동안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반성문을 쓰고, 청와대와 이 대통령도 쓰면 좋겠다”고 했고 원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계파해체, 통합 보수신당 창당, 반(反)부패 문화 선도 등 다양한 쇄신안이 백가쟁명 식으로 분출됐다. 지도부는 휴일인 4일 여의도 당사에서 다시 모여 쇄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