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상처입은 영혼들 토닥여줍니다… 치유로 이끄는 영화 ‘힐링 무비’ 2편

입력 2011-12-01 17:37


상처받고 지친 마음, 방황하고 불안에 떠는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영화를 힐링 무비(Healing movie)라고 부른다. 이런 이름이 잘 어울리는 소규모 영화 두 편이 잇따라 관객들을 찾아왔다.

1일 개봉된 일본 영화 ‘도쿄 오아시스’는 화려한 도시 도쿄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명이다시피 한 중년 여배우 도코(고바야시 사토미)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과정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상복(喪服) 차림으로 촬영장을 뛰쳐나온 도코가 비밀을 간직한 트럭 운전배달원 나가노(가세 료)를 만나며 시작된다. 도코가 한밤중에 차가 질주하는 도로에 뛰어들자 자살하려는 것으로 오해한 나가노가 그녀를 구하고, 도코가 무작정 차를 태워달라고 제안하면서 둘은 얼떨결에 고속도로를 거쳐 바닷가까지 동행하게 된다. 두 번째는 도코가 함께 작업했었으나 언제부턴가 글쓰기를 그만둔 전직 시나리오 작가 기쿠치(하라다 토모요)를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도코가 동물원에서 자신감을 상실한 미대지망 5수생 야스코를 만나 위로하고 격려하는 이야기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조용하고, 정적이다. 뜬구름 잡는 듯한, 특별할 것도 없는 대화들에서 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 고민과 상처들이 느껴질 뿐이다. 여백이 많고, 속도도 느릿느릿하게 전개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이면 갈증을 달랠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기분에 빠져드는 관객이 있을지 모르겠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관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물 없는 바다’는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온 두 젊은 남녀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면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아낸 독립영화다.

무의식적으로 욕을 내뱉는 틱 장애를 지녔지만 심성은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청년 동수(김동현)는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병든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생필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수는 묘한 여성 예리(유주희)를 알게 된다. 배달을 의뢰한 고객으로 만난 예리는 끔찍한 사고로 동생을 잃은 죄책감 때문에 대인기피증에 걸렸다. 하는 일이라고는 자신의 옥탑방에 틀어박혀 진면목을 숨긴 채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거나 과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게 고작이다.

동수는 그런 예리에게 마음이 끌리고, 예리도 자신을 세심하게 챙겨주는 동수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예리는 동생이 가고 싶다고 했던 ‘물 없는 바다’ 얘기를 들려주고, 동수는 어느 날 밤 그곳으로 데려다 주겠노라며 예리를 자전거에 태우고 길을 나선다. 둘은 ‘물 없는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영화는 상처 입고 소외된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틱 장애 때문에 욕을 한다고 오해받기 일쑤인 동수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예리. 고단하고 외로운 이 두 영혼이 가슴에만 꼭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내며 상대방, 그리고 세상과 소통해 가는 과정이 애잔하게 펼쳐진다. 2009년에 완성된 저예산 영화로 어렵게 기회를 잡아 오는 8일 개봉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라동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