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로맨스’ 손예진 “여배우의 삶, 회의도 했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연기자더라”

입력 2011-12-01 17:37


청순하면서도 톡톡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오랫동안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여배우 손예진(29). 열일곱 살 때 화장품 모델로 데뷔한 후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가 1일 개봉된 영화 ‘오싹한 로맨스’로 다시 팬들을 찾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주위를 맴도는 귀신 때문에 친구는 물론 가족과도 떨어져 홀로 지내는 외로운 여성 여리 역을 맡아 우여곡절 끝에 마술사 조구(이민기)와 사랑에 빠져드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그에게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물이지만 호러(공포)를 약간 강하게 버무려서인지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개봉을 앞둔 지난 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작년에 드라마(‘개인의 취향’)를 했지만 스크린에서는 2년 만이라 (팬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이 있다”며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걱정과 설렘이 반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지 않는 슬픔과 우울함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엉뚱하다. 심각할 수 있는 상황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오싹한 연애’는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영화였지만 연기에 스스로 만족한다고 했다. “우리 영화는 무섭다가 웃기고, 슬프다가 로맨스로 빠져들죠. 잘못하면 이런 것들이 뚝뚝 끊길 수 있었죠. 세 마리 토기(로맨스, 코미디, 공포)를 다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을 수 있었는데 다행히도 시사회 관객들이 재미있게도 보고, 무섭게도 보고, 슬프게도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공포물 연기는 처음”이라며 “무서운 걸 즐기지 못 한다. 이 영화 이렇게 무섭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그가 먼저 캐스팅되고 상대역인 이민기가 나중에 합류했다. 그와 함께 출연한 건 처음인데 연기 호흡은 잘 맞았다고 했다. “민기가 저보다 두 살 적어요. 귀여운 면도 있지만 보기와 달리 되게 의젓하고 진중해요. 사람들이 처음 봤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조용하다고 놀라죠.”

손예진은 의외로 소탈하고 털털해 보였다. 오후 4시가 지난 시간이었는데 “말하다 보면 에너지가 달려서 먹어야 된다”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충무김밥과 삼각김밥을 꺼내놓고 거리낌 없이 먹어댔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빼앗아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먹던 삼각김밥 안에서 팥알 크기의 꼴뚜기가 나오자 “대박!” “이런 거 발견하면 되게 좋거든요”를 연발하며 한참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원래 성격이 털털한 편이냐고 물었더니 “어려서는 낯가림이 무척 심했다. (연기자로) 일하다 보니 외향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대학교 1학년 끝나고 드라마에 처음 출연했는데 어느새 10년이 지났다”며 “나이가 먹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서른이라는 나이를 먹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또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이 연기와는 다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은퇴를 생각해 본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철이 들면서부터 연기를 했어요. ‘세상은 넓은데 이게 최고의 행복일까’ 이런 생각이 가끔 들죠. 하지만 연기를 오래하신 선생님들을 보면 저도 그러고 싶어지죠.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잘 할 수 있는 건 연기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남성 팬들의 로망인지라 결혼 상대자로서의 이상형을 물었더니 “말이 잘 통했으면 좋겠다. 코드가 비슷한 사람,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는 “굉장히 까다로운 거죠. 그런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설경구 김상경 등과 함께 출연하는 블록버스터 영화 ‘타워’ 촬영 중인데 막바지라고 했다. 조만간 해외 영화에 출연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보고 있는 작품이 있어요. 하게 되면 해외 활동으로는 첫 작품이 될 텐데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환경이 달라지니 두렵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