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욕설·저주 난무한 나꼼수 특별공연

입력 2011-12-01 21:18

그제 저녁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의 특별공연은 성황을 이뤘다. 겨울비가 내리는 음산한 날씨 속에서도 경찰 추산 1만6000명, 주최 측 주장 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공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프로그램 특성상 정치 풍자가 대종을 이룰 수밖에 없었겠지만 난무하는 욕설과 독설이 지나쳤다. 출연진 가운데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야 조현오(경찰청장). 너 우리 집 안 와봤지. 양산 두메산골이야. 아무도 못 찾는 곳이야, XX야. 내가 공수부대 나온 거 아냐? XX야. 이 XX, 묻어버리면 아무도 몰라 XX야. 우리 집에 풍산개가 있어. 이름이 조현오야 이 개XX야”라며 욕설을 마구 쏟아냈다.

역시 출연진인 정봉주 전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과 대화하며 “국회에서 뭘 집어던졌는데 그거 하나 제대로 던졌으면 (FTA) 본회의 통과 못시켰어. 안전핀 빼고 제대로 던져 빵 터졌으면 본회의장 다 날아가요. 근데 불발탄 만들었어”라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4년간 국민 대표로 활동했던 인사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폭력정치 선동이자 자기 부정적 발언이다.

이번 공연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FTA 비준 무효 촉구 집회를 겸해 열린 정치 집회였다. 하지만 중대 국가 현안을 대하는 신중한 태도나 정연하고 설득력 있는 반대논리는 뒷전이고 뒤틀고 비꼬며, 혹은 적나라하게 단선적인 비난과 구호만 무성했다. 참석자 가운데 야당 정치인도 많았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FTA 저지하는 것이 내가 정치하는 소명”이라며 “에콰도르는 대통령 쫓아내고 FTA 파기하는데 왜 대한민국은 못 하냐”며 억지 선동을 했다.

배설에 가까운 욕설과 화풀이가 민심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 우리 정치와 사회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저 웃자는 풍자 개그라면 개그다우면 되고, 뭔가 바꿔보겠다는 정치 집회라면 집회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