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정착 도와 더 은은한 ‘커피香’… 카페 그레이스 2호점 개점
입력 2011-11-30 19:05
연 이틀째 내리는 비로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 30일 오전, 서울 공덕동 공덕초등학교 앞 한 작은 커피숍은 개점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2000∼3000원대의 음료 가격, 20여개의 좌석.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숍처럼 보이는 이곳의 이름은 ‘카페그레이스’ 2호점. 대한성공회 여성 선교단체 ‘Girls Friendly Society(GFS)’가 운영하며 탈북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이주노동여성을 돌보던 GFS는 지난해 3월 탈북여성의 정착을 돕는 ‘우물가 프로젝트’의 하나로 서울 정동 주교좌성당 앞에 ‘카페그레이스’ 1호점을 열었다. 수익금은 탈북여성의 취업과 생활지원에 사용된다. 애초 탈북여성들이 남한 사회의 제도와 문화를 빨리 익힐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수백만원의 적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GFS 우물가 프로젝트 박명숙(54) 본부장은 ‘카페그레이스’를 탈북여성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인큐베이터’라고 설명했다. “지원받는 문화에 익숙한 그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정착하는 법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일환으로 사회적 기업 형태의 커피숍이 적당하다고 여겨, 희망자에게 바리스타 교육과 서비스 예절 교육을 시켰다.”
그동안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박 본부장은 “한 탈북여성은 정착지원금을 받으려고, 일하는 것을 숨기다가 경찰 보안과에서 찾아내면 일을 팽개치고 도망갔다. 또 한 여성은 세금 내는 것이 싫어 4대 보험 가입을 거부하기도 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현재까지 네 명이 교육에 지원했고, 그중 두 명이 남아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다.
2호점을 연 이유에 대해 박 본부장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주교좌성당 안에 있는 1호점은 성도들이 오가며 수시로 이용하기 때문에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 1년여쯤 지나니까 어느새 운영진도 탈북여성들도 나태해지더라. 교회와 떨어진 곳에서 일반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게 이들의 정착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1호점에서 근무하다 2호점 책임 바리스타로 발령받은 장모(47·여)씨는 “과거 커피는 접한 적이 없는 서양 음식이라 한 모금 마시는 데 한 달이 걸릴 만큼 생소했지만 이제는 종류에 따라 특징을 꿰고 있을 만큼 익숙하다”며 “일반 업체와 경쟁하는 게 두렵지만 더 맛 좋은 커피를 만들어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날 개점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성공회 관계자 약 50여명이 참석했다. 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는 “대북지원 못지않게 탈북자들을 정착시키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무거운 짐을 나눠지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낯선 땅에서 낙심하고 있는 그들(탈북자)과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자”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