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유경선 각자 대표 체제로…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 극적 타결

입력 2011-11-30 21:30

하이마트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창업자 선종구 회장과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간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은 30일 “양측이 각자대표를 맡고 하이마트를 공동 경영하는 체제를 유지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각자대표란 주식회사에서 여러 명의 대표이사를 선정해 각각의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당초 양측은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12월 1일이 만기인 유 회장의 상임이사 재선임안을, 오후에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선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측이 밤샘 협상 끝에 공동경영에 합의함에 따라 임시주총에서 유 회장의 재선임은 가결됐다. 이사회에서는 선 회장의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철회하는 대신 유 회장을 재무담당 대표이사로, 선 회장은 영업담당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양측의 극적인 합의는 하이마트가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발생한 경영권 분쟁이 자칫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마트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유진그룹 측도 “현 상황을 원만히 수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합의는 여전히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미봉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각자 다른 영역을 담당하기로 했지만 하이마트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한 언제든 서로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 회장과 선 회장이 업무를 나누긴 했지만 분야를 아우르는 합의가 필요할 때 어느 쪽이 주도권을 가질지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