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서장 폭행 영장 엄정하게 판단해야

입력 2011-11-30 21:37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에서 박건찬 종로경찰서장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그제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 담당 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피의자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서 요구하는 폭행에 해당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경찰이 제출한 채증 자료에 김씨의 폭행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씨가 박 서장의 모자에 손을 대고 얼굴 부위를 가격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밝혔으나, 김씨는 “박 서장의 모자를 뺏었지만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경찰이 김씨에 대해 적용한 혐의가 일반 공무집행방해보다 무거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인 만큼 법원의 신중한 자세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다만 이번 판단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판사들의 편향적 이념 노출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법원 내 진보 성향의 판사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통상 관료들을 ‘뼛속까지 친미’라고 매도하고, 한·미 FTA 국회 처리를 ‘서민과 나라살림을 팔아먹었다’고 비난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글들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그 중에는 “보수 편향 판사들 사퇴하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며 흑백논리에 매몰된 글도 포함돼 판사의 자질을 의심케 하고 있다. 그럴 리 없겠지만 영장 기각이 이런 글들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면 사법부 일각의 이념 편향성이 실제 사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경찰서장이 시위대에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은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집회·시위 공간에서는 법질서가 지켜져야 하며,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은 엄중히 처벌받아야 한다.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사회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경찰은 현장 상황을 더 철저히 조사하고 증거자료를 보완해야 할 것이며 사법부는 경찰의 조사 결과가 타당하다면 범법자에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