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설비투자 8년여만에 최대폭 감소… 유럽發 경기위축 본격화
입력 2011-11-30 18:32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기업 경기가 본격적인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8년 9개월 만에 가장 저조했고 순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통계청은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12.1% 감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2003년 1월(-15.5%)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도 11.9% 급감해 2009년 8월(-15.2%) 이후 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유럽 부채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등 대외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 위축은 생산 부진과 맞물리고 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7% 감소해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복귀했다. 제조업평균가동률은 79.5%로 1.8% 포인트 하락해 지난해 1월의 79.3%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반도체·부품 재고도 휴대전화와 LCD 수출의 부진으로 11.6% 증가하는 등 수출 둔화 여파로 생산자제품 재고도 3.2% 늘었다.
기업의 실적 추락이 경기 부진을 부채질했다. 30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147개사의 1∼9월 영업이익은 76조12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1조7916억원)보다 6.93% 줄었다. 연결순이익은 같은 기간 67조3183억원에서 55조5934억원으로 17.42% 급감했다. 다만 매출은 1065조77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160조902억원보다 16.34% 늘었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해 재무상태와 경영성과를 작성한 것으로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대상이다.
실물경기가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도 덩달아 얼어붙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각각 전달보다 0.3포인트, 0.4% 포인트 내려 2개월째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경기가 지속적으로 위축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