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 위기’… 전세계 확산 사전차단

입력 2011-12-01 01:06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 5개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함께 달러 유동성 확대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글로벌 유동성위기로 번져갈 것을 우려한 긴급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노무라 증권을 비롯해 유로존 채권에 투자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가 사실상 휴지조각 취급을 받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유로존 해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채권 투매러시에 뛰어드는 한편 기업에 대한 대출을 적극적으로 회수하는 상황이었다. 은행 대출 회수는 곧바로 신용경색 도미노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실물경기에 타격을 주게 된다. 그러잖아도 3분기 유로존 제조업경기 지수가 2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더욱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등급판정 대상인 37개의 글로벌 금융회사 가운데 15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췄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떨어뜨렸다. JP모건의 등급도 A+에서 A로 강등하는 등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등급하향 조치는 자산 담보가치를 감소시켜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는 등 후폭풍을 예고했다.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 연준은 이런 상황을 목격하면서도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양적완화를 다시 동원할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뿐 유로존 위기로 인한 신용경색을 완화할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부정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간 1, 2차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달러를 다른 나라 통화와 스와프할 수 있는 여력을 높임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자금을 늘려 줄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로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이 이탈리아, 스페인 등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라들의 국채 매입확대 등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를 극구 반대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우회지원하는 측면이 강하다.

29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논의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장관들은 ECB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함에 따라 최종 수단으로 IMF가 유럽재정안정자금(EFSF)의 자금을 늘려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자금을 IMF에 지원하면 이를 EFSF에 넣는 우회적인 방법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