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원전 증기발생기 중대 결함… 전열관 3847개 손상·파열 조짐
입력 2011-12-01 00:59
울진 원자력발전소 4호기의 증기발생기 내부에 있는 전열관(傳熱管)의 무더기 손상이 발견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일단 전열관을 수리한 뒤 증기발생기 자체를 2013년 9월쯤 조기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울진 원전 4호기에 대한 예방정비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2개의 1만6428개 전열관을 비파괴 검사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3847개에서 두께가 얇아지거나 파열 조짐이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9일부터 37일간 진행할 예정이었던 원전 4호기의 예방정비기간이 내년 3월말까지로 늦춰졌다. 전열관은 핵연료봉의 열기로 가열되는 냉각수가 흐르는 관으로 2차 냉각수를 가열해 발전터빈을 돌리는 증기를 생성한다.
한수원은 당초 전열관을 1000여개로 예상했으나 4000개 가까이 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한때 2016년으로 예정했던 증기발생기 교체시기를 3년 앞당길 계획이다. 증기발생기는 통상 40년 만에 교체하지만 울진 원전4호기는 1999년 완공된 지 14년 만에 교체되는 셈이다. 증기발생기 교체는 1.2m 두께의 콘크리트 돔을 잘라내야 하는 큰 공사로 3000억∼4000억원의 공사비가 든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울진 원전 4호기의 문제는 전열관의 재질이 부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따라서 당초 2016년으로 예정됐던 증기발생기 교체를 2013년 9~12월쯤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4호기 가동을 계속 중단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비대상 전열관 3847개 중 922개를 폐쇄하는 ‘관막음’을 하고 나머지 2925개는 관 내부를 보강하는 ‘관재생작업’을 거쳐 가동을 재개키로 했다.
그러나 증기발생기를 교체하지 않고 보수를 한 뒤 가동하다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수원 관계자는 “2002년 큰 사고가 난 울진 원전4호기는 우리나라 원전 중 가장 취약한 원전”이라며 “만일 증기발생기 전열관이 또 터지면 아무리 원자로가 3중으로 돼 있어도 외부공기와 물이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울진 원전4호기는 2002년 정비 중 전열관 파열로 전열관 안에 있던 물이 13분간 45t이나 빠져나오는 백색경보(1등급 사고)가 발령됐고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3차 오염 전단계인 2차 오염이 발생한 적이 있다.
울진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관계자는 “원전4호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데 임시로 보수해 재가동하려다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안전에 이상이 없도록 전열관 보수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증기발생기 교체는 통상 전체 전열관의 10% 정도를 관막음했을 때 한다”고 말했다.
노석철 김정현 기자, 울진=김재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