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HD 송출 중단 사흘째 눈치만 보는 방통위, 또 늑장 시정명령

입력 2011-11-30 20:12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지상파 3개 채널(KBS2, MBC, SBS)에 대한 고화질(HD) 방송 송출 중단 사태가 사흘째 계속되면서 케이블과 지상파 사업자들의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보는 시청자들은 93개 케이블TV 업체의 디지털 방송에 가입한 400만 가구 중 HD 방송을 시청하는 270만 가구와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 가운데 디지털TV를 보유한 500만 가구 등 770만 가구로 추정된다.

방통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사태를 논의한 끝에 2일 오후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사업자 대표들을 방통위로 불러 의견을 청취한 뒤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방통위는 93개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에 중단된 지상파 HD 방송 송출을 즉시 재개하도록 시정명령하고, 지상파 측에도 재송신 대가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SO들이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방통위는 최고 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할 수 있다. 방송법에 따라 업무정지 3개월 또는 허가 유효기간 3개월 단축 등의 고강도 제재도 가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방통위가 뒤늦게 나섰지만 지상파와 SO들이 시청자들을 볼모로 잡고서라도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겠다고 작심한 상태여서 방통위 조치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방송계 주변의 관측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방통위 입장에 대해 “피해 시청자들에 대한 보상 방안은 고민해야 하겠지만 지상파 측과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HD 방송 송출 재개 명령에 따르기는 부담스럽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협상에서 지상파와 SO는 지상파 재송신 대가로 케이블 방송 가입자당 100원, 2013년 이후 가입자에게는 50원을 적용키로 구두 합의했으나 지상파 측이 2009년 이후 가입자에 대해서도 280원을 요구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재송신료 차이는 지상파당 연간 60억원가량이다.

시청자 단체들은 방송 송출 중단 사태를 초래한 양측 사업자를 비난하는 한편 방통위에도 비판의 화살을 퍼부었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재송신료 문제가 1년 넘게 끌어온 사안인데도 방통위가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양 사업자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양측 협상에만 맡겨놓을 게 아니라 의무 재송신 대상을 정비하는 제도적 개선까지 포함해 시청자 입장에서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