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제사회도 공생발전 위해 협력해야”

입력 2011-11-30 18:29

“60년 전 외국 원조물자가 들어오던 항구 부산이 이제 원조를 주는 항구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 개회식 환영사와 오찬 인사말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원조회의가 부산에서 열렸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노래 중엔 부산 노래가 많다. 이 자리는 6·25전쟁 때 가난한 피난민들이 모여 살던 무허가 건물이 있던 곳인데 지금은 세계 5대 수출항이 됐다”며 우리나라가 전후 독립국 중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나라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재정위기가 있지만 최소한 (선진국의) 기존 공적개발원조(ODA) 약속은 변함없이 이행돼야 한다”며 “한국은 ODA를 향후 4년간 2배로 확대한다는 약속을 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발도상국은 세계경제를 위해 손잡고 가야 할 중요한 파트너”라며 “국제사회도 공생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회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160여개국 정상·각료급 정부 대표와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비롯한 70여개 국제기구 대표, 의회·시민사회·학계 대표 등 3500여명이 참석했다.

미 국무장관으로는 처음 이 회의에 참석한 클린턴 장관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별도 회담을 가진 뒤 이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통과를 축하드렸다. 이 대통령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며 “모든 가치 있는 일이 그렇듯 어려운 과정을 거쳤지만 양국 모두에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비핵화를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아태지역 안보와 번영의 린치핀(linchpin·수레의 바퀴를 연결하는 쇠막대기를 고정하는 핀·핵심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장관은 오후 ‘양성평등에 대한 특별세션’ 기조연설에서 “이제 개발원조 프로그램에 여성과 여아 발전이란 의제를 반드시 반영해 남녀가 동등한 기회를 누리게 도와야 한다”며 “여성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 원조 수혜국이 더 큰 원조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세션에는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과 미첼 바첼렛 전 칠레 대통령,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세계은행 이사 등이 참석해 ‘양성평등을 위한 부산 공동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정부·국제기구 대표들은 릴레이 회의 끝에 원조가 개발 효과로 이어지도록 국제원조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취지의 ‘정치선언문(political statement)’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은 1일 채택되는 총회 결과문서 ‘부산선언’의 예고편 격으로,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과 민간 분야를 새로운 공여 주체로 인정하는 포괄적인 개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개회식 및 민간포럼 기조연설에서 “선진 공여국들은 경제위기를 내세워 (원조) 약속을 바꾸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태원준 기자, 부산=백민정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