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직 사퇴 배수진은 큰 정치 아닌 꼼수” 비난 확산
입력 2011-12-01 01:05
한나라당 쇄신 연찬회가 ‘지도체제는 이대로’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되자 당 안팎에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화살은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으면 사퇴하겠다는 승부수로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한 홍준표 대표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지도부 내부에서조차 “꼼수 정치”라는 질타가 제기될 정도다.
홍 대표는 3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위기를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당을 쇄신하고 혁신하는 데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희룡 최고위원은 “연찬회에서 박 전 대표를 당 대표로 바꾸는 당헌 개정을 한다면 물러나겠다고 통보하고 나가셨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실제로 있지도 않은 요구를 내건 것으로 이는 큰 정치가 아닌 꼼수로 비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원 최고위원은 또 “핵심 당직자가 ‘공천권이 없는 당 대표가 무슨 행정관이냐’며 어제 연찬회 결과를 당 대표의 공천권을 인정한 결과로 스스로 해석하는 것을 보면서 의도가 무엇인가 생각했다”고도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단지 숫자에 의해 재신임을 받았다고 하는 것을 옳지 않다”며 “재신임은 현재 진행형이다. 먼저 반성하고 비전과 그것의 실행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쇄신파 김성식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하면 언제든 사퇴론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조건부 재신임론’으로 향후 당 쇄신 내용과 폭에 따라 교체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사실상 재신임을 주도한 친박근혜계 내부에서조차 마치 박 전 대표가 등판을 하지 않기 위해 홍 대표 체제를 용인하는 것처럼 해석되는 데 대해 개운치 않은 표정이 역력하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등판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은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야권 신당이 가동되고 총선 국면에 돌입하면 박 전 대표도 자연스럽게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비판이 계속되자 연석회의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재신임 카드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는 “1일 회의에 최고위원 각자가 쇄신안을 들고 와서 재논의하자”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인적 쇄신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부터 쇄신을 당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며 예산국회 뒤 인적쇄신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국회의원을 했다면 초선이든 4선이든 누구나 재심사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언급, 당내 ‘물갈이’ 논란도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