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회사도 신용등급 강등 회오리… S&P, 15곳 무더기 낮춰

입력 2011-11-30 21:59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을 주요 터전으로 삼고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 15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낮췄다. 무디스도 유럽 15개국의 은행 87곳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여기에다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는 역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은 벌써부터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유로존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등급 강등 ‘회오리’=S&P는 이날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떨어뜨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의 등급도 A+에서 A로 강등했다. 조사 대상 37곳 중 이들을 포함 15곳의 등급을 한 단계씩 내렸다. 반면 중국은행 2곳의 등급만이 상향됐으며 나머지 20곳 은행들은 등급을 유지했다. 하향 조정 조치는 자산 담보가치를 감소시켜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BoA는 “이달 51억 달러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무디스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15개국의 1·2위 은행 87곳의 후순위 채권 등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이 감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의 하향 조정이 이뤄지면 유로존 위기는 이제 각국 정부의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게 되는 상황에 다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신평사가 그리스 문제를 오판해 위기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 이들 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IMF에 SOS, 숨통 트일까=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현행 4400억 유로 수준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나 증액 방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시장은 당초 합의한 1조 유로에 못 미치는 7500억 유로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규모라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금융구제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와 IMF가 40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위한 예비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도 IMF 구제금융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유로존은 여전히 불안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들이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일부는 예치금을 늘리고, 국경 간 상거래 계약 및 대출 문제에 대해 법적 검토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