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산타클로스 아냐” 안팎서 맹공

입력 2011-11-29 23:38


취임 한달여를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돼 29일 끝난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박 시장의 당선을 적극 지원했던 여성과 시민단체들도 서울시 복지예산의 우선 배정순위가 잘못됐고, 증가율도 기대에 못 미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9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연합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필요한 여성관련 시설예산을 삭감하고 사업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예산을 다시 편성해줄 것을 박 시장에게 요구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시가 여성폭력제로 지원센터 시설 설치를 위해 7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는데, 여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센터 건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시 여성가족정책과 예산에서 0.03%에 불과한 여성장애인 지원을 늘리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정질의에서는 박 시장의 친서민 행보가 인기에 영합하는 ‘이벤트’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곽재웅 민주당 시의원은 “시장의 집무실은 시청이다”며 “지역의 긴박한 사안을 전달한 시의원에게 보름이 넘도록 연락하지 않고 시장에서 학생들에게 떡볶이를 사주는 행보는 선거 전과 후를 혼돈하고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나라당 김진영 시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자세는 좋지만 자신이 산타클로스라도 된 듯한 환상에 젖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복지전도사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신언근 시의원은 “박 시장이 정치적 행보를 보이기보다 시정에 좀 더 몰입해 줄 것을 시민들은 요구하고 있다”고 박 시장을 공격했다.

이에 박 시장은 “앞으로 정치적 행보를 최소화 하고 서울시정 챙기는 데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시정질의에서 연일 집중포화를 맞은 박 시장은 급기야 이날 국무회의에도 불참한 채 답변을 준비하느라 특별과외를 받았다. 이 같은 노력이 통해서인지 시정질의 마지막 날인 이날은 시의원들과 별다른 갈등 없이 예상보다 1시간 30분여를 빨리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달 7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되는 시의회 예산심의에서 재충돌이 예상된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