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성 CJD’ 환자 국내 첫 확인… 인간 광우병과는 무관

입력 2011-11-30 01:04


광우병과 비슷하게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사망하는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사망자는 의학적 치료 과정에서 감염된 환자로 쇠고기 섭취로 전염되는 인간 광우병(변형 CJD)과는 관련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월 감각장애,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의 생체조직으로 동물실험을 한 결과 의인성 CJD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고 29일 밝혔다. 이 여성은 24년 전 독일에서 수입한 뇌경질막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때 CJD에 감염된 사망자의 뇌 조직이 이식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림대 의대 김윤중 교수팀은 검사 결과를 지난 7월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고 관련 논문을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11월호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환자의 뇌 전두엽 영역에서 생체조직을 검사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침전이 확인됐다”며 “라이요두라라는 제품의 뇌경질막을 이식받은 뒤 CJD에 감염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치매, 운동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CJD는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돼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CJD’, 치료 과정에서 전파되는 ‘의인성 CJD’, 돌연변이가 유발하는 ‘산발성 CJD’, 유전에 의한 ‘가족성 CJD’로 분류된다. CJD는 감염 후 잠복기간이 20년 이상이지만 발병하면 생존기간이 1년 정도로 짧다. 의인성 CJD는 20개국에서 4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됐다. 그 가운데 200여건이 뇌경질막 이식으로 감염된 경우였다. 각막이식, 신경외과의 감염된 수술장비 등도 원인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의인성 CJD는 변종 CJD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지금은 안전한 뇌경질막 대용 제품을 사용하므로 추가 감염 우려도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그러나 이미 감염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CJD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사망자가 뇌경질막 제품을 이식한 1987년을 전후해 대학병원 등을 중심으로 제품 사용 현황, 환자발생 및 사망 여부 등을 역추적할 계획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