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 ‘예수마을’ 세운 허은 선교사 “걸인·장애인이 밀림에 버려지고 있어요”

입력 2011-11-29 21:32


“아프리카 장애인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살아갈 방도를 제공하면 세계적 지도자가 나올 것입니다.”

탄자니아 장애인과 빈민을 위한 ‘예수마을’을 조성 중인 허은(66·감리교 파송) 선교사는 확신에 차 있었다. 5년 후면 은퇴를 앞두고 있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할 일이 있어 기쁘다”고 했다. 28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허 선교사는 1886년 한국 땅에 이화학당을 세우고 여성교육에 힘썼던 감리교 선교사 스크랜턴 여사 얘기부터 꺼냈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뒤를 이어 한국에 도착한 스크랜턴 선교사는 거지처럼 지내던 조선 처녀들을 자기 집에 데려다 목욕시키고 새 옷을 갈아입히고 공부를 시켰습니다. 저는 스크랜턴을 생각하며 희망을 봅니다. 탄자니아 장애인이나 부랑민도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하나님이 시작하셨으니 이루실 것입니다.”

허 선교사는 2004년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396만㎡(120만평)의 대지를 제공받아 예수마을을 시작했다. 마을은 실질적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서 서북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 떨어진 키사라웨(Kisarawe) 지역. 현재 중학교 건물(12학급)과 교회를 짓고 있으며 지난 4월부터는 망고농장도 시작했다.

예수마을은 7년 전 허 선교사가 시내에 나갔다가 장애인과 노숙인들이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목격하고부터다.

“길거리 거지와 장애인들이 마치 짐짝처럼 트럭에 던져졌습니다. 국제회의 개최로 도시 미관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수십㎞ 떨어진 밀림으로 내다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충격을 받아 며칠간 기도도 안 나왔습니다.”

탄자니아 장애인은 전체 인구 10%에 육박한다. 후천적 장애인이 많은데 상처와 부상을 입어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어 불구가 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가 지원도 거의 없어 최하층을 형성한다.

허 선교사는 이후 장애인 단체인 탄자니아장애인협회를 설립했고 이들을 위한 예수마을을 계획해 실행에 옮겼다. 당시 탄자니아한인교회 담임목사였던 허 선교사는 ‘트럭 사건’ 이후 목회를 접고 선교 현장에 뛰어들었다. 장애인 120가정을 선정해 예수마을 부지에서 함께 살았다. 예수마을에는 예배당과 중학교, 마을회관, 병원, 주택 등이 들어서며 장애인을 위한 자립기반을 갖추게 된다.

예수마을 조성에는 탄자니아 한인을 비롯해 한국의 후원교회들이 십시일반으로 돕고 있다. 그러나 땅이 워낙 넓고 할 일이 많아 비용 마련은 태부족이다. 전문인 사역자도 10여명 필요한 상황이다.

현지 사진을 보여주던 허 선교사는 탄자니아에 뼈를 묻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예수마을 완공을 현역에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40년 전 그가 신학생 시절 서원했던 선교사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