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리 횡령 고발 마그니츠키 변호사 “러시아 교도관 폭행으로 사망”
입력 2011-11-29 19:32
미국과 러시아 간 외교 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변호사 사망 사건의 진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크렘린 특별조사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투자 펀드인 허미티지 캐피털 소속 변호사 마그니츠키가 2009년 11월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고무곤봉으로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마그니츠키 사망을 둘러싼 후속 조치 등을 놓고 미·러 양국 간, 미 행정부와 의회 간 마찰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폭행으로 사망”=조사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체적인 위해가 마그니츠키의 직접적인 사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이 마그니츠키의 직접적 사인이 폭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관리들의 대규모 횡령사건을 고발했다가 도리어 탈세 혐의로 구속돼 2년 전 옥중에서 숨졌다. 교도소 측은 마그니츠키의 사인이 심장마비로 병원에서 숨졌다고 주장해 왔다.
조사위가 교도소 공식 문건 등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마그니츠키는 오후 8시부터 8명의 교도소 간수에게 1시간가량 구타당한 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마그니츠키가 사망한 후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러시아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7월 마그니츠키 치료를 거부한 교도소 의무관 2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결국 이 사건은 인권 및 외교 문제로 확대됐다.
◇미·미 갈등까지=미국과 러시아 간 ‘블랙리스트(입국금지자 명단)’ 공방으로 치닫던 이 사건이 최근엔 미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보도했다.
양국 갈등은 지난 5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마그니츠키 사건과 관련된 러시아 인사들의 미 입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자는 내용을 담은 ‘마그니츠키’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는 “이 법이 통과되면 북한 이란 등에 대한 제재조치 협조를 중단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자국 입국을 금지하는 미국인 명단도 작성했다.
미 행정부는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이 법안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공산권 국가에 대한 무역제한 규정인 ‘잭슨 바닉’ 조항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자유무역을 위해서는 이 조항 철폐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의회는 “잭슨 바닉 조항은 러시아 인권 문제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철폐에 반대하고 있다. FT는 “의회가 잭슨 바닉 조항 철폐를 조건으로 ‘마그니츠키’ 법안을 승인하라며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