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로존 재정 위기] “美, 향후 2년내 신용 실제 강등 가능성 50% 넘어”

입력 2011-11-29 23:38


신용평가사 피치가 28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림으로써 미국에 대한 3대 국제신평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모두 ‘부정적’이 됐다. 그동안 3대 신평사 가운데 미국에 가장 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피치가 뒤늦게 다른 신평사와 ‘눈높이’를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 자체는 현재의 ‘AAA’(트리플A)로 유지했다.

피치는 이날 발표문에서 2012년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회복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등 긍정적 전망도 제시했으나 중장기적 재정 전망 악화로 성장추세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피치는 “최근 의회가 적자감축안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근본적 개혁이 지연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적시함으로써 미 의회 슈퍼위원회가 21일 재정적자 감축안 합의에 끝내 실패한 것이 신용전망 하향의 주요한 계기가 됐음을 지적했다. 부정적인 신용등급 전망에 정치적 당파 싸움이 화근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강력히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피치는 ‘부정적’ 신용전망의 의미가 ‘향후 2년 이내 신용등급 하향 확률이 50%를 약간 상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나마 미국 정부로서는 심각한 부정적 사건이 없는 한 2013년 후반까지 미국 신용등급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는 데 안도해야 할 것 같다. 지난 8월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단행한 것과 같은 급격한 등급 강등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러한 전망에다 피치가 이달 말까지 신용등급 전망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혀온 만큼 시장은 ‘예상된 이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도 “지난 8월의 경우 S&P가 등급 자체를 내렸기 때문에 큰 파장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고, 은행들의 담보 요구 등에도 변화를 줄 것 같지 않아 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2.27% 오른 1856.52에 마감하는 등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S&P가 프랑스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열흘 이내에 내릴 것이라는 예상도 유럽재정 대책으로 위기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낮추지 못했다.

하지만 미 의회 슈퍼위원회 합의 무산 뒤에도 신용등급을 유지한 무디스와 S&P도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자동적 재정지출 감축 규모를 변경하려는 미 의회의 시도가 있을 경우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게다가 “일본, 프랑스, 동유럽 국가 등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신평사발 시장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