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도 “카드 수수료 내려라”

입력 2011-11-29 18:21

자동차 카드결제 시장의 ‘슈퍼 갑’ 현대자동차가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가맹점에 이어 대기업까지 수수료율 인하 압박에 나서자 카드업계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2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전 업계 카드사 6곳에 현대·기아차의 전 차종에 대해 체크카드로 구매할 때 수수료율을 기존 1.5%에서 1.0%로 낮추라는 공문을 보냈다.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율도 1.75%에서 1.7%로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거부하면 고객에게 해당 카드를 이용하지 못 하도록 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카드결제는 대손 위험이 전혀 없는 데도 골프장이나 종합병원보다 수수료율이 높다”며 “수수료를 건당 지불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7개 대형 카드사의 연간 자동차 결제 수익은 1조여원에 달한다. 이 중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웃돌 만큼 절대적이라 카드사는 현대차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다.

현대차는 지난달 가맹점 계약이 만료된 국민카드가 수수료율 인하 요구를 거부하자 계약갱신을 거부하기도 했다. 지난 4일부터 현대차 카드결제가 중단된 국민카드는 재협상에 나섰다.

나머지 카드사는 모두 백기를 들고 있다. 롯데카드와 비씨카드는 최근 현대차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 달 계약이 만료되는 현대카드도 수수료율을 낮춰 계약을 갱신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계약이 끝나는 신한·삼성카드는 수수료율 인하 수준을 놓고 협상 중이지만, 사실상 현대차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가전 등 다른 대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업종까지 전방위적으로 퍼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며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전 업종의 수수료율을 낮추라는 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전국 자영업자 모임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3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00만 서민과 직능 소상공인 결의대회’를 열고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동맹 휴업’을 벌인다. 협회는 전국 자영업자 500만명이 휴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노래연습장, 안경점, 학원,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로 구성된 단체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은 유흥업 4.5%, 안경점 2.6∼2.8%, 학원 3.0∼3.5%다. 업종 구분 없이 수수료율을 1.5% 수준으로 낮추라는 게 협회의 요구다.

전웅빈 이선희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