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더 하는데 소득은 줄어… 문화생활 소비심리 ‘꽁꽁’
입력 2011-11-29 23:14
연봉 3000만원대 외벌이 직장인 김창수(39·가명)씨는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몇 달 기다렸다 파일을 다운받아 컴퓨터로 보곤 한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두 딸이 크리스마스 때 어린이 뮤지컬을 보여 달라고 조르지만 두 장에 5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김씨는 “경기가 안 좋아 연봉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운데 물가는 오르니 먼저 문화생활비부터 줄이게 된다”면서 “점점 사는 낙이 없어진다”고 푸념했다.
고물가와 가계빚 부담, 경기 둔화 등 삼중고 속에 서민들의 여가 활동을 위한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됐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교양·오락 및 문화생활비 지출 전망에 대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이달 94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97보다 소폭 하락했다.
소비지출 전망 CSI는 가계가 6개월 뒤 지출을 늘릴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지표로 기준치인 100을 웃돌면 그렇다고 한 응답자가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이 항목 CSI지수는 73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 97로 서서히 회복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다시 하락, 지난 7월 이후로 9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득에 따라 문화생활 지출이 양극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소득 100만원 미만 구간의 이달 교양·오락·문화비 CSI지수는 83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 500만원 이상 구간의 경우 지난달 99에서 이달 105로 지수가 상승, 문화생활비를 늘리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 경제 상황이 안 좋을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특히 저소득층은 의료비나 교육비와 달리 탄력적인 여가비를 우선적으로 줄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근로시간은 오히려 늘고 있는 현상도 여가생활을 위축시키는 원인이다. 이날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9월 기준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월급은 297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11만9000원)보다 4.5% 줄었다.
특히 야근이나 휴일 근무 시 지급되는 초과급여가 18만4000원으로 6.5% 하락했고, 상여금 등 특별급여는 6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94만3000원)보다 무려 32.3%나 줄었다.
직종에 따른 월급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었다. 평균 월급이 가장 적은 사업시설관리자나 사업지원서비스업 종사자는 지난해보다 무려 10.5% 떨어진 173만7000원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근로자 1인당 월평균 근로시간은 169.9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달(162.3시간)보다 4.7% 증가했다. 특히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평균 117.9시간을 일해 지난해 같은 기간(106.5시간)보다 10시간 이상 늘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