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희옥] 변화하는 중국의 핵심이익
입력 2011-11-29 19:42
중국의 부상에 따라 국가이익에 대한 관념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국가이익은 핵심이익, 중요이익, 일반이익으로 구분해 왔지만 그 개념은 가변적이고 모호한 것이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이익 개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09년 7월 당 외사영도소조는 핵심이익을 ‘중국 기본제도의 유지 및 국가안보, 영토 및 주권 보호, 지속적인 경제 및 사회의 안정발전’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것은 향후 중국 외교의 가이드라인이 됐고 미·중 관계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핵심이익은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 대상이 아니며 양보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티베트와 달라이라마 문제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에 대해 중국이 단호하고 공세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중국해 배타적 권리 주장
문제는 최근 들어 중국이 핵심이익의 범주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 핵심이익의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9년이었다. 이후 2008년까지 간헐적으로 사용돼 왔으나 2009년에는 260건, 2010년에는 325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것은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로 인해 새롭게 형성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중 간 중첩(intersection)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남중국해가 또 하나의 핵심 개념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외교적 태도를 보이면서 사실상 핵심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중국 견제를 목표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투사하자 중국의 대응도 단호해졌다.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을 염두에 두고 외부세력이 동남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명확히 했다.
이후 중국 언론은 남중국해가 역사적으로 중국에 배타적 권리가 있다는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이와 함께 구체적으로 중국판 ‘마셜플랜’을 제기해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고 레드라인을 설정하는 한편 다양한 수단을 사용해 강경한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강온양면 전략을 동시에 주문했다.
외교 대책 서둘러 마련할 때
또 하나의 핵심이익 논쟁은 북한을 둘러싸고 전개됐다. 중국은 북한체제를 다시 전략적 자산으로 주목했다. 이런 와중에서 일부 군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서해를 새로운 핵심이익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견해가 등장했다. 심지어 북한 자체를 중국의 일급 핵심지역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관방신문에 여과 없이 실리기도 했다. 물론 이것이 중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변화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국가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핵심이익의 개념이 한반도에도 흘러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지속되고 미·중 관계가 한반도 문제의 독립변수로 작동할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APEC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상호 간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미·중 간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의 핵심이익을 규정하고 이를 존중받을 수 있는 외교적 지혜와 방도를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