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조기등판 부적절”…홍준표 대표 재신임

입력 2011-11-30 01:04


한나라당의 29일 쇄신 연찬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 ‘박근혜 조기등판론’에 반대하는 친박근혜계 의원들과 당권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승부수 던진 홍준표=‘폭탄 발언’을 예고했던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인사말을 통해 “대다수의 뜻이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해 쇄신과 총선을 지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지면 나는 당·대권 분리 조항을 정지시키는 당헌·당규를 개정한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표 퇴진론, 지도부-공천권 분리론 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자 재신임을 묻는 승부수로 선제공격에 나선 것이다.

◇지도체제 유지가 다수=홍 대표 발언으로 연찬회장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정두언 의원은 “현 지도부가 그대로 있는 한 쇄신도 어렵고 국민도 쇄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신진인사 영입, 물갈이 등을 위해서라도 지도부 사퇴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총선에서 지면 박 전 대표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당 대표를 맡으라는 것이 아니며, 실질적인 역할을 하면 된다. 대선 전 총선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촉구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연찬회장 밖에서 “새로운 체제가 최선”이라며 지도부 교체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연찬회장에서 지도부 사퇴론과 박 전 대표 역할론에 동조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쇄신파의 김성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를 갈고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는 게 무슨 쇄신이냐. 그러면 총선에서 이기느냐”고 반문한 뒤 “(현 지도부가) 쇄신을 잘하면 계속하는 것이고, 못하면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판에서 ‘아웃복싱’을 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조기 등판해 ‘인파이팅’하는 것은 시기적·내용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서상기 이종혁 등 친박계 의원들은 지도부 교체론, 박 전 대표 조기 등판론에 반대를 명확히 했다. 대신 당 쇄신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박 전 대표가 총선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했다가 상처를 입을 경우 타격이 매우 클 수 있다고 우려한 친박계가 결국 연찬회를 통해 홍 대표를 재신임하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공천권 분리, 박 전 대표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당 안팎의 압박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찬회 분위기가 홍 대표 재신임 쪽으로 모아지자 한 쇄신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홍 대표가 청와대에 가서 그간 정책 기조를 반성한다는 약속을 받아오겠다고 하면 될 일인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결국 시간을 벌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자신의 거취를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에 연계시켜 놓은 것은 친박계 분위기를 파악한 홍 대표의 꼼수”라고 말했다

‘홍준표 교체론’을 주장했던 정두언 의원은 트위터에 “이 당에서 대놓고 홍 대표 체제를 바꾸자, 박 전 대표가 싫다는 책임정치하시라고 얘기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러니 이 모양 이 꼴이죠”라는 ‘자조성’ 글을 띄웠다. 또 연찬회 중 한 의원이 보내온 문자라고 소개하며 ‘오늘 연찬회를 지켜보면서 아 드디어 한나라당은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라는 내용도 올려놨다.

◇정책쇄신 논의는 뒷전=연찬회에는 참석 대상자 258명 중 의원 150여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60여명 등 모두 21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회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밤늦게까지 토론을 이어갔고, 모두 50여명이 발언대에 올랐다. 다만 박 전 대표와 이상득 이재오 의원 등 당내 ‘대주주’들은 연찬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호남지역 조기 공천, 세대별 맞춤형 정책 추진 및 부자증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대책위원회 설립, 비상당정청회의를 통한 당의 정책 주도 등 쇄신안도 나왔지만 지도부 교체론 등 민감한 이슈에 묻히는 분위기였다.

한장희 유성열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