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나다고요?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육아에 푹빠진 으뜸 아빠 3인

입력 2011-11-29 18:07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열혈단원인 이들이 일요일인 27일 서울 광화문의 한 북카페에 모였습니다. 물론 자녀동반입니다. 휴일에 아들딸과 떨어져 혼자 외출할 리가 없는 아빠들이지요.

준수 아빠는 평소 삶에서 가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더랍니다. 특히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한 준수가 아빠에게는 데면데면해 충격을 받았다네요. 사실 보통의 아버지는 그럼 더 좋아하죠.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준수 아빠는 결단을 내렸답니다. 비록 2개월이지만 육아휴직을 한 것인데, 주변 반응이 재밌네요.

남자 동료들은 “그럼 엄마는 뭐하고?”, 여자 동료들은 “우리 남편도 배워야 해!”, 친가에선 “그러다 잘리는 거 아니니?”, 처가에선 “안 서방 좋은 회사 다니네!”, 아내는 “쉬려고 휴직하는 거지? 두고 보겠어!”. 아내 반응이 좀 의외네요. 준수 아빠는 “처음에는 가사분담 때문에 티격태격했지만 요즘은 만족하는 편”이라며 “무엇보다 준수가 아빠를 알아주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싱글벙글입니다. 아빠에게 안긴 준수의 모습이 무척 편해 보입니다.

지형 아빠는 사업이 잘 안 되면서 가정사도 꼬이게 된 경우인데, 요즘은 사업도 잘 되고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행복한 싱글 대디’로 살고 있답니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도움은 받지만 일이 끝나면 집으로 직행, 딸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이 제일 예쁠 때인데 매일매일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웁니다. “지형이 때문에 정말 열심히 일해서 재기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술도 줄였다. 딸 덕분에 ‘바른생활 사나이’가 됐다”고 자랑합니다. 원피스에 레깅스를 받쳐 입은 지형이의 패션 감각이 여간 아닙니다. 예쁜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에 사랑이 넘칩니다.

지훈 아빠는 “나도 할 만큼 한다고 생각했는데 두 분 앞에선 할말이 없다”고 의기소침해집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친구 같은 아빠가 돼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는 저녁마다 책 읽어주고, 잠 재워주고, 주말은 오롯이 아이를 위해 쓴다고 하니 ‘좋은 아빠’ 맞습니다. 그래도 지훈 엄마는 “2% 부족하다”고 타박한다네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자녀의 자존감, 성격형성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텐데…” 그는 육아휴직을 한 안씨를 못내 부러워합니다.

지훈 아빠는 “주변에 보면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는 물론 아빠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데 이런 사실조차 모르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아직도 육아는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경력관리의 불이익을 걱정하는 아빠의 이기심, 대체인력 처리문제로 소극적인 회사가 아빠의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3종 세트”라고 지훈 아빠는 목청을 돋웁니다. 아빠 목소리가 커지자 옆에서 말타기를 하던 지훈이가 아빠 귀에 소곤거립니다. 무슨 얘기냐고 묻자 비밀이라네요. 이 부자는 서로 통하는 게 많답니다.

사회 분위기 얘기가 나오자 준수 아빠가 한마디 덧붙입니다. 얼마 전 보건소에 갔는데 엄마 이름 쓰는 난만 있더랍니다. 당연히 부모 이름을 쓰도록 해야 된다는 거지요. 그는 작은 것부터 고쳐나가야 ‘육아=엄마’라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번 옳은 말이지요. 그리고 “한 달이라도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워보라”고 적극 권했습니다. 지훈 아빠는 “한 달 육아휴직에 연차를 이어서 쓰면 조금 길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아이디어를 냅니다.

지형 아빠는 육아휴직보다 아빠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를 돌봤다고 생색내는 아빠들이 종종 있는데 그래선 안 된다. 당연히 할 일을 한 거다”라는 것이 지형 아빠의 지론입니다. “비즈니스 핑계로 늦게까지 술 먹지 말고 일찍 귀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세요. 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해도 귀담아 들어주시고,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그래야 사춘기도 걱정 없이 넘길 수 있답니다.” 이 대목에서 ‘뜨끔’ 가슴 찔리는 아빠들 많으시죠.

세 아빠는 모두 인기 블로거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의 하루하루를 꼼꼼하게 기록해 방문자 수가 꽤 많습니다. “무조건 추억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며, 흔적을 남기기 위해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는 준수 아빠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네요. “나중에 아이가 말 안 들으면 보여주려고 그러느냐”는 질문에 구태여 부정은 안 합니다. 이날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도 블로그용 사진 찍느라 세 아빠 매우 바빴습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